[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한 AI 시대의 ‘실행 DNA’가 조직개편으로 구체화됐다. 신한은행이 은행 내 흩어져 있던 AI 관련 조직을 한데 묶어 ‘AX혁신그룹’을 출범시키면서다.

은행을 넘어 전 그룹사의 전사적 AI 전환(AX)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2025년 하반기 경영포럼’경영포럼에서 강평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AX혁신그룹’을 신설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은행 내 여러 그룹과 부문에 분산돼 있던 AI 관련 조직과 인력을 한데 묶은 것이다. 이를 통해 전사적 AI전환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AI 관련 전담 조직과 부서를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금융AI센터, 하나은행의 금융AI부, 우리은행의 AI전략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AI 전환 자체를 목적으로 AI 전담 조직들을 은행의 중추 그룹으로 확대 재편한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은 AI 실행력을 강조해 온 진옥동 회장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지난 7월 1일 ‘AX-점화(Ignition)’를 주제로 열린 하반기 경영 포럼에서 AI 시대의 리더십은 구호가 아닌 ‘실행’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 시대의 리더십은 직접 행동에 나설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며 “신한의 실행 DNA를 바탕으로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고 실현하는 초개인화 금융을 선도하자”고 말했다.

포럼 이후 각 그룹사별 AI 실행 계획 추진을 검토한 결과 AI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과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 AX혁신그룹의 지휘봉은 기존 디지털이노베이션(영업추진4) 그룹장을 맡았던 최혁재 부행장이 잡는다. 최 부행장은 상무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이번 AX 전환의 중책을 맡게 됐다.

기존 디지털혁신단은 ‘AX혁신단’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AX혁신그룹 아래 편제됐다. 디지털혁신단은 2020년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은행장 직속으로 처음 신설됐다. 이후 디지털솔루션그룹과 고객솔루션그룹 등을 거치며 AI 기술 내재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산하에 AI 유닛, AI 연구소, 데이터기획 유닛 등 AI 전담 부서들이 신한은행의 AI 역량을 키워왔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이들 전담 부서들은 AX혁신그룹이라는 단일 지휘체계 아래에서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X혁신그룹은 AI 부서들을 중심으로 하되 AI가 녹아들어 가는 유관 부서의 인력들도 겸직하는 형태”라며 “AI 전담 조직이 아니더라도 AI가 적용되는 부서들까지 함께 업무를 할 수 있게끔 조직이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에도 ‘그룹AX·디지털부문’이 신설됐다. 은행의 AX혁신그룹을 이끄는 최혁재 그룹장이 지주 부사장으로서 부문장을 겸직한다. 최 부문장은 은행뿐 아니라 전 계열사의 AI 전환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AI 전환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회사의 중요 사업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 구축으로까지 AI 전환을 더 끌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