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네이버와 두나무의 깜짝 합병 소식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 유통 주도권에서 한발 앞서가게 되는 만큼 경쟁 거래소들의 움직임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하위 거래소들의 소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 (사진=두나무)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의 수직 계열사로 편입된다.

해당 거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의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사가 이미 지난 7월부터 관련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형국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간편결제 인프라와 업비트라는 거대 유통 채널을 결합해 스테이블코인 활용처를 크게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수요 창출 문제의 실마리까지 쥔 셈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나무가 먼저 걸음을 내딛은 만큼 경쟁사들도 속도를 낼 필요가 생겼다는 뜻이다.

실제로 빗썸의 경우 지난달 토스와 사업협력 논의를 본격화했다. 네이버-두나무 동맹과 유사한 형태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다만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 A씨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에 집중돼 있는 만큼 시작부터 업비트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돼 있었다”며 “네이버라는 빅테크 기업의 후광까지 등에 업게 되는 만큼 두나무 입장에서도 이득이 있는 거래로 기와체인 공개 등은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실상 네이버-두나무 연합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앞서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점유율 사수를 위해서라도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그나마 대항력을 가진 빗썸에만 국한된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원과 코빗 등 나머지 거래소들은 스테이블코인 이슈에서조차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라는 특성상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유통 채널 이외에 다른 역할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점유율 경쟁에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코인원의 경우 스테이블코인보다는 고객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코빗의 경우 제휴은행인 신한은행과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 B씨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슈가 떠오르던 시점에도 거래소들은 이러한 이슈에서 소외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유통 채널 외에는 역할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에서 반전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A씨 역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더라도 코인베이스 등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진 바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역시 유통량이 핵심으로 더 많은 유동성 공급원을 보유한 대형 거래소들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