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 말 정책 친화적 행보를 통해 사실상 연임 의지를 공식화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연임 명분도 쌓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임기 만료를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5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연임을 염두에 둔 전형적인 ‘치적 쌓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간 금융사 중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 참여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우리금융이 처음이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 경제 전환기에 금융에 주어진 책임을 진정성 있게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에 동참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의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정부와 시장이 같이 가는 하나의 예”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영역에서도 정책 부응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9월 18일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직접 주재하며 금융당국의 기조에 화답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강화, 민생 금융범죄 예방,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근절,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근절 등 4대 핵심 과제를 확정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내놓은 방안들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한 온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다.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의 임기를 최소 2년 보장하고 소비자보호 관련 핵심 사안에 대해 배타적 사전 합의권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구축은 임 회장이 연임을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와도 직결된다. 임 회장 임기 동안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 5월 CEO 장기 연임 검증 절차를 대폭 강화한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통제 실패 사례들은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은행·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정·투명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마련될지도 관심사다.
내년 3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일찌감치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한 신한금융과 달리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아직 가동 시점이 미정이다. 우리금융은2023년 3월 임 회장 선임 당시 그해 1월에야 회추위를 가동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회추위가 가동돼야 한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왔다. 자신이 구축한 체계적 승계 시스템이 본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다. 차기 회장 경영승계 절차의 공정성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임기 동안 정부의 금융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새 정부 들어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인 만큼 당국의 의중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