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삼성과 LG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투자·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과 행동 동기화 시연 (사진=연합뉴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RB-Y2’를 내놓고 물류·제조 자동화 수요를 겨냥한다. LG전자는 올 11월 KIST와 손잡고 AI 휴머노이드 ‘케이팩스’를 공개하며 생활밀착형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은 산업용 로봇부터 속도를 낸다.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2026년 출시 목표로 준비 중인 ‘RB-Y2’는 물류센터나 제조 공장처럼 구조화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수천억 원대에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된 것도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산업용 시장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확보되는 영역인 만큼 삼성의 전략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반도체·배터리 부품 역량까지 연계하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LG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 무게를 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개발 중인 케이팩스에는 LG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이 탑재된다. 단순히 사람이 프로그래밍한 동작을 실행하는 수준을 넘어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목표로 한다.
서비스 시장에 특화된 이 전략은 가사 보조, 돌봄·의료 지원, 고령화 대응 수요와 맞물린다. LG는 2030년까지 전체 로봇 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서비스 로봇에서 거두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상태다.
김재홍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휴머노이드시스템 연구단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물류처럼 안전이 보장된 산업 환경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수순이다”며 “이후 제조업과 가정·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5년 약 3조원 규모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테슬라 ‘옵티머스’를 앞세워 대규모 데이터와 자본을 축적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 지원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혼다·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초기 투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전략은 효율적 R&D 투자와 민관 협력 생태계 구축이다. 삼성·LG 등 대기업의 자본과 연구기관의 기술력, 정부의 지원 정책이 삼박자를 이룬다면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메울 수 있다는 게 업계 공통의 분석이다.
김 단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 기술 착수가 늦은 만큼, 대학·연구소·기업, 정부 부처가 칸막이를 넘어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며 “협력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 간 경쟁뿐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 로봇산업 전문가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양사가 각자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한국 로봇 산업 전체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