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경기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유통가들의 정기임원인사 시기가 당겨지는 분위기다. 위기 속 경영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오너 3~4세들의 영향력 확대도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통가 대기업들의 정기임원인사 발표가 한 달 가량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이 작년보다 35일 빠르게 임원인사를 발표했고 LG생활건강이 이달 빠르게 대표이사 교체를 알렸다. 롯데와 CJ의 내년 인사 발표 시점도 연휴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사진=각 사)

올해 정기임원인사 발표 시점이 당겨지는 배경으로는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빠른 리더십 안착이 꼽힌다. 고물가, 소비 심리 위축 등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리더십 교체를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대외적 상황을 고려해 업계는 롯데와 CJ도 내년 정기임원인사 발표가 예년보다 당겨질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28일, CJ는 11월 18일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롯데의 경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이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사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 챔피언십은 골프 대회를 넘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글로벌 파트너사와 국내외 주요 경영진을 초청하여 사업 현안을 논의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의 성격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그룹의 글로벌 전략과 현안이 폭넓게 논의되며 연말 정기 인사에 대한 최종적인 구상 및 결단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깜짝 인사로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롯데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현재 그룹 내 요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승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끌고 있는 김상현 부회장, 정준호 대표, 강성현 대표 등 유통군HQ 리더십 체제도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CJ는 이달 오너 4세인 이선호 경영리더가 지주사로 이동하면서 내년 정기 인사의 초안 구상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 9월 CJ 미래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진다. 지주사 내 핵심 조직인 미래기획실을 맡는 것은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신사업 확대를 직접 총괄한다는 의미다.

지난 2022년 CJ그룹은 중기적 비전을 속도감 있게 실행한다는 취지에서 10월 24일 2023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선호 실장의 지주사 이동과 함께 직급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래기획실의 전략을 뒷받침할 각 계열사 주요 경영진의 보직 이동이나 신임 임원 승진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내년도 정기임원인사의 큰 그림은 이미 완성되었을 것”이라며 “10월 중순 이후에 예정된 국정감사나 기타 대외 이슈를 피해 인사를 조기에 마무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