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갈등 '화웨이 해법' 역발상이 필요하다

-화웨이 선택 지금은 결정할 때가 아니다.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6.24 10:04 | 최종 수정 2019.06.24 22:19 의견 3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화웨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처지가 된 문재인정부의 고민이 깊다. 미국과 중국이 저마다 “내 편에 서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국내 IT(정보통신기술)업체를 초청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화웨이)를 선택하면 장기적인 리스크와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반(反)화웨이 동맹’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중국 외교부 역시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며 맞대응으로 나왔다. 

국민여론도 조기 결단과 신중론으로 갈리고 있다. 조기 결단을 재촉하는 논리는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어정쩡한 자세를 계속유지하면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지론을 앞세운다. 이들은 일본이 일찍이 미국을 선택한 것에 비해 좌고우면하고 있는 정부를 무능으로 몰아 부친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미중 대결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그리고 언제까지 갈지 확실하지 않는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선택을 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신중론을 편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무역이 24%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고 앞으로도 지정학적으로도 중국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 일본과 다른 것도 신중론을 뒷받침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문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기업에 선택을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라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대가는 기업으로 직접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해서 기업이 그 결정을 따랐다가 불이익을 당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설사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해서 기업에 요구한다 해도 기업이 순순히 따라갈 리도 없고 따라가서도 안된다. 

화웨이가 타깃이 된 미중전쟁은 무역전쟁의 범위를 뛰어 넘는다. 그것은 화웨이가 중국 4차산업의 핵심 엔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4차 산업 즉, 빅 데이터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에 총력을 기울여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따라서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대결은 과학기술 전쟁이자 경제, 군사과학, 나아가 패권경쟁이기도 하다.      

미국은 우방국들에 반(反) 화웨이 동맹을 종용하면서 중국의 정보해킹 우려와 중국 정부의 인민에 대한 24시간 감시를 들먹이는 것은 중국의 공산당 일당 체제를 건드리는 것으로 무역전쟁을 넘어서 문명전쟁의 성격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무역전쟁을 체제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은 우방들에 대한 간접 압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냐 공산주의 체제냐 양자택일 하라는 압력인 것이다.

그러나 승패에 관계없이 두 나라 공히 피해가 막심하고 주변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타격이 심각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8~29 이틀간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만나면 어떤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태의 진전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으며 지금 당장 ‘친미’냐 ‘친중’이냐 하는 양자택일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그 답을 찾는 방법도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기업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선택에 따른 반대편의 보복에 대비해 WTO 제소 연구 등  등 외교역량을 동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양자택일을 조급해 할 게 아니라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길수 있다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권의 기회주의적 친중 친북 노선” 운운하거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손을 확실하게 들지 않는 경우 문재인 정부 이후 균열이 간 한미동맹에 치명타를 입어 안보뿐 아니라 경제 제재도 동반될 수 있다”며 정부의 양자택일을 재촉하는 논리는 이 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소아병적 양태이다. 그들의 시야가 아직도 70~80년대 사고에 멈춰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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