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회생4부가 오전 10시부터 비공개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관련 대표자 심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자료=홈플러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협력업체에 대금 미지급 우려가 확산되고 과중한 재무부담이 이어지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4일 법조계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최두호 박소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비공개로 홈플러스 기업회생 관련 대표자 심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날 심문에서는 채무발생 원인 및 회생가능성 등을 우선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까지 물품대급 미지급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기관에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기 전 선제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작년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납품업체의 선택에 따라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면서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조치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현금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의 1~2달간 잉여현금 유입금액은 1000억원 규모로 평가되지만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금융부채가 약 2조원에 달해 자금지출에 대응하기 어려움이 컸다.
한국신용평가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결정으로 자금조달 문턱도 높아진 탓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신평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익창출력이 약화되었으며 단기간 내 유의미한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산매각 등에도 재무안정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달 상환전환우선주식의 상환조건을 변경(동사와 투자자 간 체결한 상환전환우선주식 발행조건 변경합의서에 따름)하면서 부채로 계상되어 있는 상환전환우선주(2024년 11월 말 가결산 기준 상환전환우선주 잔액 약 1조1000억원)가 자본으로 전환됐지만 실질적인 재무부담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홈플러스는 회생결정이 이뤄지면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현금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채권 상환 유예로 확보한 현금은 협력업체와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하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매각 작업도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지난해 불발됐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6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부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된 바 있다.
홈플러스는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회생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매각 여건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신평은 “점포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족한 경상 현금흐름에 대응하는 외부 의존적 현금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자산 매각 여건은 저하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