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정성연 기자] 이른바 ‘5세대 아이돌’이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피프티피프티가 소속사와의 극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소속사를 떠날 수 없게 됐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아이돌그룹 피프티피프티가 원소속사 어트랙트(대표이사 전홍준)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피프티피프티는 지난 6월 19일 어트랙트가 정산자료 제공 의무와 멤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 9일 그룹 멤버 새나(정세현)·아란(정은아)의 모친, 어트랙트 경영진, 양측의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조정을 시도했다. 이날 조정은 불발됐다.
피프티피프티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이날 심문 재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정식 재판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 BTS도 못 이룬 성과,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대형 신인의 몰락
피프티피프티는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하고, 16주 연속 빌보드 핫100에 랭크되는 등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해외 시장 성공을 거둔 신인이다. BTS만해도 피프티피프티와 같은 속도로 해외 무대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2022년 11월 데뷔한 피프티피프티는 오래 2월 24일 싱글 ‘큐피드’를 내놓으며 일약 전세계 스타로 탄생했다. 데뷔 불과 4개월 만에 이룬 쾌거지만 5월 멤버 아란이 담낭염 수술을 받으면서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빠른 속도로 세계 팬들의 인기를 얻은 ‘큐피드’는 스웨덴 대학생이 만든 곡을 안성일이 저작권을 확보해 내놓은 곡이다. 곡의 빠른 인기의 이면에는 워너뮤직코리아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오랜 시간 쌓은 음반, 기획 유통 회사와 파트너십을 계약한 피프티피프티는 틱톡 등 SNS에서 먼저 반응을 얻으며 인기가도를 달렸다.
순수하게 멤버들의 재능과 곡의 참신함 만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K팝의 글로벌 인기를 분석한 대형 음반사의 분석과 기획, 참여가 5세대 아이돌을 탄생시킨 셈이다.
그러나 5세대 아이돌은 미완성으로 끝날 위기다.
멤버 아란 담낭염 수술 후 휴식기에 소속사인 어트랙트와 활동 위임을 한 더기버스가 갈등에 휩싸인다. 결국 멤버들은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냈다.
피프티피프티는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시작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 ‘그것이 알고싶다’가 일으킨 파동
피프티피프티 사건이 폭로로 얼룩지며 아이돌 팬들의 분노를 쌓아갈 때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진실에 접근하겠다며 방송을 시도한다.
‘그알’은 지난 19일 방송된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에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사태를 다뤘다.
방송에서는 ▲소속사 어트랙트와 대행사 더기버스 양측 다 문제가 있고 그로 인해 피프티 피프티가 피해자가 됐으며 ▲멤버들이 어린 나이에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노력한 점 등을 전했다. 특히 방송 마지막에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과 제작진이 주고받은 편지를 직접 읽어주기도 했다. 이에 K팝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객관적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이번 사태의 피해자로만 그려 균형 감각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 이후 많은 시청자로부터 “미흡한 취재로 인한 감성팔이 방송”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다룬 후 멤버들 측에 일방적으로 치우진 방송했다는 지적을 받은 ‘그알’은 방송 5일 만에 사과했다. 프로그램 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수백 건의 댓글로 프로그램 폐지를 요청했다.
‘그알’ 측은 24일 시청자 게시판에 “지난 1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빌보드와 걸그룹’ 편은 이른바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통해 지속가능한 K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K팝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연예 제작자 단체 및 시청자들이 보내주신 말씀과 비판을 무겁게 듣겠다”면서도 “이번 프로그램은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현재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 취재를 통한 후속 방송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겠다”고 했다.
‘그알’ 측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례적으로 방송 5일 만에 사과까지 하고 나선 배경에는 국내 주요 연예계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도 잇따라 입장문을 내 제작진 측에 공식 사과와 정정보도를 촉구한 탓이다.
한매연은 22일 “해당 방송 제작진은 사건의 쟁점과는 다른 피프티 피프티 측의 일방적 주장, 감성에 의한 호소, 확인되지 않은 폭로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의 유무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 현재 법적 분쟁 중인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연제협도 같은 날 “명확한 근거가 없는 불특정인의 주관적 생각과 다수의 익명보도는 대중문화산업 및 방송에 대해 이해가 없는 제작진의 일방적 시선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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