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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병욱 기자]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 여러 차례의 '경고음'이 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를 터널처럼 덮고 있는 형태지만 터널로 관리되지는 않다 보니 계속해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연구기관들이 도로 방음 자재의 화재 취약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거듭 발표했으나 이번에 불이 난 방음 터널 소재는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 사용됐다.
■ 2018년 도로교통연구원 "PMMA는 방음터널에 부적합"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와 인접한 아파트 등의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되는 방음터널은 소방법상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 정밀 안전진단이나 시설물 안전진단 대상도 아니다.
일반 터널에는 불연성 소재를 쓰게 돼 있고, 방음터널도 이를 준용한다고는 하지만 재질에 대한 기준은 미비하다.
30일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 2020년엔 방음터널 200m 태우고 뼈대만 남은 화재 발생
그동안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두 차례 도로 방음 자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12년 '고속도로 방음자재의 연소 특성 및 방염성능기준에 관한 연구'에선 이번에 화재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 사용된 아크릴 재질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방음판이 폴리카보네이트(PC)보다 착화 시점과 화염 전파 속도가 빠르다고 경고했다. 실험 결과 PMMA 방음판은 전소했는데, PC 재질은 40% 정도 타다가 연소를 멈췄다.
2018년 연구인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지대책'에선 PMMA가 인화점이 280℃이고 PC는 450℃라서 PMMA의 화재 위험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투명 방음판 중 PMMA는 화재 실험 시 녹아내린 재료가 바닥으로 떨어진 뒤에도 지속해서 연소해 2차 화재 확산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방음터널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자고속도로 구간에서 주로 비용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이 있는 PMMA가 방음터널 소재로 주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