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규모 ‘라방’ 시장 잡아라”..패션·IT업계, 매출 확대 정조준

박수진 기자 승인 2020.12.18 15:25 | 최종 수정 2020.12.22 19:14 의견 0
사진은 지난달 29일 진행한 입생로랑 뷰티 쓱라이브 영상 캡쳐 (자료=SSG닷컴)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패션업계와 IT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라방)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라방 시장 규모가 올해 3조원에서 2023년에는 8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특히 라방 시장에 먼저 진출한 중국의 경우 현재 시장 규모만 194조원에 이른다.

■ 신세계인터·코오롱FnC, 자체 라방 채널로 경쟁력 강화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업계 처음으로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만들고 라이브커머스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 내에 럭셔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에스아이라이브’를 지난 13일 론칭했다.

에스아이라이브는 라이브방송을 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로 에스아이빌리지에 입점돼 있는 고가의 상품들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에스아이빌리지 회원에게만 공개되는 시크릿 럭셔리 방송으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에스아이라이브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운영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에스아이빌리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에 전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설립해 라이브 방송의 수준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자체몰과 외부 플랫폼을 통해 라방을 적극 활용해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선 자사몰 ‘코오롱몰’에서 지난 10월 25일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네 번의 라방을 진행한 결과 누적 시청자만 3만3000명에 이르렀다. 방송 기간 동안 코오롱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 신장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30일 네이버쇼핑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목표 매출의 2배 이상을 올렸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도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 ‘쓱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 유입에 나섰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입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매장 방문이 어려운 비대면 상황에서 생동감 있는 방송으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SSG닷컴은 전날 오후 ‘쓱라이브’를 통해 입생로랑 뷰티 신제품 ‘뉴 마블 팩트’를 판매했다. 입생로랑 뷰티 코리아와 신세계백화점의 협의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SSG닷컴에서 판매됐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기업들도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도입 및 관련 업체와 손잡고 경쟁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지난 10월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정식 출범했다. 라이브는 직접 판매할 상품을 선정해 방송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전문 진행자가 참여해 카카오쇼핑라이브에서 제품 설명 등을 해주고 판매도 한다.

지난 5월부터 시범서비스를 통해 주 1~2회 진행됐던 카카오커머스의 라방은 앞으로 매일 1회 이상 방송된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엔 24시간 방송을 목표로 규모를 키우고,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하는 브랜드와 제주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도 지난 3월 네이버쇼핑 입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라방 서비스 ‘쇼핑라이브’를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는 플랫폼 파워에 힘입어 서비스 출시 4개월 간 누적 시청횟수가 4500만회를 넘겼다. 11월 판매자수는 전월 대비 20%, 라이브 콘텐츠 수는 40% 늘었다. 지난달 거래액 규모도 전달 대비 75% 증가했다.

■ 新유통 채널로 급부상..中 네티즌 33% 라방 이용객

패션업계는 물론 IT기업들이 라방에 주목하는 데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 신(新)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외부 활동이 자제되면서 영상 콘텐츠 시청 시간이 늘어나면서 비대면 판매 채널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IT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통칭)가 소비 큰손으로 떠오른 점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시장 전망 또한 밝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를 3조원대로, 2023년에는 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규모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2016년부터 라방을 시작한 중국의 라방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의 라방 시장은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시작으로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는 1000만회 이상의 라방이 진행됐다. 전자상거래 라이브 플랫폼을 이용한 네티즌은 지난 6월말 기준 4억900만명에 달한다. 중국 네티즌의 약 32.9%가 라이브 플랫폼 이용객이라는 뜻이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는 올해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1조1566억위안(약 194조168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4513억위안과 비교하면 1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콘텐츠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고성장세를 보여 2022년에는 2조8548억 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강력한 유통 판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라방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차기 생존 전략으로 라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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