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브랜드 프리미엄 전쟁] ① 차별화로 경쟁력 확보 vs 양날의 검 될 수도

지혜진 기자 승인 2019.12.17 15:52 | 최종 수정 2020.01.11 09:24 의견 0
롯데건설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대치 문주 (자료=롯데건설)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아파트 브랜드가 주택 구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건설사 간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브랜드가 아파트를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도 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건설사를 직접 뽑는 재정비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밝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고급화를 위한 이원화 전략이 되려 품질 차이로 소비자의 불만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이 기존 아파트 브랜드에 더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브랜드 이원화를 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과 고급 브랜드 ‘아크로’를 구분한다. 롯데건설은 기존 ‘롯데캐슬’에 고급 브랜드 ‘르엘’을 추가했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와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조합원이 시공사를 직접 선택하는 재정비 사업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사업을 수주하는 데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도 담겨 있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 고급 브랜드 간 경쟁 양상은 ‘브랜드 갤러리’ 간 경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선두 주자는 대림산업의 ‘아크로 갤러리’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21일 새롭게 재정비한 ‘아크로(ACRO)’ 브랜드를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기존 견본주택과 달리 쇼룸과 체험 공간으로 구성하고 방문객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관람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대림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를 선보이는 '아크로 갤러리' 전경 (자료=대림산업)

이곳에서 대림산업은 고급 브랜드 ‘아크로’ 아파트에 적용할 특화설계를 공개했다. 대림산업은 단순히 무형의 가치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특화설계와 최첨단 기술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미세먼지 신호등, 스마트 공기제어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차음재보다 더 두꺼운 차음재를 적용하고 욕실 층상 배관 등의 기술력을 적용한다.

롯데건설 역시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내놓고 강남에 르엘 갤러리를 마련했다. 롯데건설은 관람 사전예약제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공개 VIP 상담실도 운영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서초구 양재동에 자리한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갤러리를 따로 마련했다.

건설사들이 브랜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브랜드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갈리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가 실시한 ‘2019 아파트 브랜드파워 설문조사’ 결과(만 20세 이상 회원 2970명 대상) 같은 입지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인은 브랜드(32.7%)였다.

모든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이미 래미안과 자이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삼성물산과 GS건설은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브랜드 이원화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무조건 고급 브랜드를 만드는 게 좋은 게 아니다. 추후 사업성에 따라 고급 브랜드를 적용할 수 없는 단지도 나올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입주자들 사이에서 왜 우리는 고급 브랜드를 적용해주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산업 ‘아크로 갤러리’에서 만난 관계자는 “아크로 갤러리에 선보인 특화설계 중 사업장의 성격에 따라 e편한세상 브랜드여도 특화설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장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즉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품질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급 브랜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와 그다지 구분되지 않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며 “다른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하다 보니 급급하게 내놓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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