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네더', 가상현실 시대의 윤리관을 묻다

관리자 승인 2017.08.08 21:28 의견 0

연극 '네더' 스틸. (사진=K아트플래닛)

 

[한국정경신문=장영준 기자] 가상 세계의 범죄는 어떤 윤리적 근거로 처벌이 가능할까. 과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현실 윤리를 앞세운 가상세계의 '검열'은 타당한 것인가

모바일, 인터넷이 그랬듯 가상현실 기술 또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삶을 급격하게 바꿔놓을 것이 자명한 지금. 연극 '네더'는 가상세계의 윤리관 정립이 시급함을 일깨운다.

'네더'는 사용자들이 로그인을 통해 들어가는 또 다른 세상. 이곳에서 사람들은 다른 자신을 창조해 원하는 욕망을 마음껏 누린다. 형사 모리스는 이런 세상에서 소아성애나 살인과 같은 극단적 환상을 만긱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익을 내는 '은신처'의 존재를 파악하고자 소유주인 심즈를 방문한다.

'파파'라는 아이디를 쓰는 심즈는 19세기의 풍속과 취향을 현실보다 더욱 현실처엄 설정했다. 그리고 가장 은밀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모리스는 그 공간의 불법성을 감지하고 심즈의 범죄를 추적해 들어간다.

수사극의 형식을 빌어 사건에 연관된 인물들의 갈등을 가장 좁은 공간에서 생생한 대사로 구축해 낸 '네더'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 상상의 공간을 무대로 불러낸다. 무대 위에 재현된 가상 공간을 통해 우리는 그간 생각없이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가치와 윤리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재검토하게 된다.

'네더'의 세계는 완벽한 감각 몰입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상 세계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얻기 힘든 것들을 이곳에서 찾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가슴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는 욕망은 '진정성 있는 관계'에의 간절함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본적인 관계의 충족도가 네더로 넘어가느냐 현실에 남느냐의 관건이 된다.

'네더'는 2012년 원작자인 제니퍼 헤일리가 '수잔 스미스 블랙번 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3년 초연 이후 무려 7개의 오베이션 상(Ovation Award)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4년에는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창작극에 노미네이트됐고,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공연은 극단 적의 대표인 이곤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봄날'에서 오현경과 호흡을 맞춘 이대연, 한민족디아스포라 작품 중 크게 호평받은 '가지'의 김종태 김광덕,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아역배우 출신 정지안, 극단 차이무의 이원호 배우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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