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사전안내, 사실상 종말”..유럽중앙은행 빅스텝 ‘후폭풍’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7.22 15:14 의견 0
21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YTN 뉴스화면 캡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 밖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했다. 당초 0.25%p 인상을 예고한 사전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깬 것인데 일각에서는 중앙은행들의 주요 의사전달 수단으로 활용됐던 사전안내가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ECB는 기준 금리를 0%에서 0.5%로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11년 만의 금리 인상인 데다가 사전안내한 0.25%p 인상 방침을 깬 것이라 시장의 충격이 컸다.

앞서 지난달 9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 뒤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ECB 인사들도 이런 인상 계획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핀란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ECB가 7월에 0.25%p 인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빅스텝을 시사하는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28일 한 연설에서 “점진적인 인상이 적절하지 않은 분명한 조건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 기대를 무력화할 정도의 높은 물가상승률이나 잠재성장률에 장기적인 손실이 발생할 조짐이 있는 경우 우리는 부양 조치를 빠르게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빅스텝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0.25%p 인상 전망이 대세였다. 앞서 로이터가 경제전문가 63명을 상대로 실사한 설문 결과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0.25%p 인상을 점쳤다. 블룸버그의 설문에서는 53명 중 4명만이 0.5%p 인상을 예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빅스텝의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바람직하지 않게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한동안 물가목표치 이상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사전안내에 대한 신뢰성은 이미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의해 무너졌다.

연준은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과 달리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통화정책회의 당시 0.75%p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것과 전혀 다른 행보였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연준이 중앙은행의 사전안내를 죽였다면 ECB는 관에 최후의 못을 박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사전안내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안내해 이에 대한 인식이 채권과 다른 자산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이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관계자는 ECB의 이번 결정은 “현재로서 중앙은행의 사전안내가 무용함을 다시 한번 보여 준 것”이라며 “사전안내는 거의 모든 곳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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