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 들었던 박철우, 가해자 이상열 감독 비판 "너도 맞았을 것..소리 계속 들려왔다"

김지연 기자 승인 2021.02.19 08:24 | 최종 수정 2021.02.19 08:25 의견 0
12년 전 이 감독의 폭행 사실을 밝혔던 박철우 선수.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지연 기자] 프로배구 한국전력 박철우(36)가 12년 전 자신을 폭행한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공개 비판했다.

박철우는 지난 18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를 자청하며 "최근 이상열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전 소셜 미디어(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상열 감독은 지난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돌아왔다. 경기대 배구팀 감독을 거쳐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철우 선수(왼쪽)과 이상열 감독. [자료=한국전력, KB손해보험 배구단 홈페이지]

박철우는 “아침에 (이상열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하루종일 손이 떨리더라. 그분이 감독이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조용히 참고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 일이 있었을 때도 고소를 취하했다.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한테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까지 내 귀에 들어오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때만 해도 ‘사랑의 매’를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또래 중 부모님 앞에서 안 맞아본 선수가 없을 거다. 그러나 사랑의 매도 정도가 있다. 그분처럼 학생을 기절시키고 고막을 터뜨리는 건 정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본다”며 이 감독의 고교 지도자 시절 선수 폭행 사례까지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철우는 “그런데도 인터뷰에서 마치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한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실수를 한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면 돌파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내 이미지도 나빠질지 모르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그분의 처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그저 한국 배구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상열 감독은 전날 우리카드전에서 '요즘 배구계가 뒤숭숭한데 선수들에게 해준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민감한 이야기"라며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세상이 옛날 같지 않고, 우리는 주목을 받는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장 누가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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