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이성적 가족의 이야기, 뮤지컬 '펀홈' 다양성을 여는 문으로

이슬기 기자 승인 2020.07.23 07:18 | 최종 수정 2020.07.23 08:23 의견 0
뮤지컬 '펀홈' 공연 장면. (사진=이슬기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가족이라는 집단의 이야기다. 미국의 실화이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뮤지컬 '펀홈'의 박용호 프로듀서는 이번 공연이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 정체성에 대한 이슈가 담겨 있는 작품이지만 그 전에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는 설명. 젠더의 이슈를 넘어 부녀, 모녀, 형제, 자매, 친인척까지. 가족의 충돌은 보편적 정서로 자리한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장충동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뮤지컬 '펀홈'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지난 2013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펀홈'은 미국의 떠오르는 스타 작곡가 제닌 테소리의 작품. 이후 2015년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인 '제69회 토니상' 5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운 공연이다.

하지만 여성 성소수자와 미국 정서, 미국 가족의 이야기 등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박용호 프로듀서는 "가족이야기라는 점에서 공연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라 주인공의 기억 파편을 따라는 작품이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다. 

그는 "젠더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가족 안의 여러 문제로 비춰본다면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뮤지컬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소영 연출 또한 "불친절한 구조에 어려운 작품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입을 열었다. 

다만 "가족이 가진 어떤 모순적인 부분들. 주인공 앨리슨이 가진 모순적인 감정들.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랑하지만 증오하는 감정들에 대한 공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앨리슨의 마음을 관객들이 잘 따라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펀홈'에서 앨리슨 역을 맡은 배우 방진의, 유주혜, 유시현, 설가은, 이지수, 최유하. (왼쪽부터) (사진=이슬기 기자)

'펀홈'은 미국 작가 앨리슨 벡델의 동명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기도 하다. 그는 동성애자인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앨리슨 벡델은 아홉살, 열아홉살, 마흔 세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각각 아홉살 역에는 설가은, 유시현, 열아홉살 역에는 유주혜, 이지수, 마흔 세살에는 방진의, 최유하가 출연한다.

아버지 브루스 벡델 역에는 최재웅과 성두섭이 출연한다. 헬렌 벡델은 류수화와 이아름솔이 소화한다. 19세 앨리슨 벡델의 첫사랑이고 당당한 레즈비언이자 시인인 조안은 이경미가 열연한다.

특히 이야기를 이끄는 건 마흔 세 살의 앨리슨 백델이다. 최유하와 방진의는 기억 속 아버지에 대한 파편을 꺼내고 극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키(KEY)라 할 수 있다.

방진의는 "원작 만화를 보고 저랑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다. 나도 어릴 때 머리가 짧아 여자로 보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공감을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이후 나아가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진의는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구조에 대해 "브로드웨이에서도 아빠와 딸의 이야기는 많지 않다더라. '펀홈'을 통해 남녀 모두 자기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시대, 극과 여자 배역 모두 다양하게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하는 "역할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다. 상대와 호흡하지 않고 연기하는 건 처음. 철저하게 제 3자의 눈을 가져야했다"면서 "철저하게 멀어지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기억 속에 들어가야 하는 앨리슨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또 그런 앨리슨의 기억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또한 여성 배우 캐릭터 다양성에 대해 최유하는 "많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여성, 남성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시각이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펀홈'은 오는 10월 1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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