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 하는데 혜택은 그대로’..악성임대인 세금 적게 내는 이유

악성임대인 127명 중 67명 임대사업자 지위 유지..취득세·재산세 등 감면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전제조건 까다로워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7.18 10:34 | 최종 수정 2024.07.18 18:17 의견 0
서울 강서구의 빌라 골목 (자료=한국정경신문 DB)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어도 여전히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면서 세제혜택을 받는 임대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전제조건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3일 기준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127명 중 67명(53%)이 등록 임대사업자였다. 이들은 악성 임대인 등재 후에도 여전히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악성 임대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면 떼어먹은 전세 보증금이 3년간 2건 이상, 2억원 이상이고 채무 상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서울은 악성 임대인 34명 중 25명(74%)이, 경기는 48명 중 26명(54%)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아직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는 악성 임대인 67명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반환한 금액(대위변제액)은 무려 7124억원이다. 대위변제 건수는 3298건이다. 3000명이 넘는 전세 피해자가 양산됐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임대사업자로서 취득세·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 6개월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 자격이 말소된 사례는 단 7명이다. 악성임대인 명단이 공개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임대사업자 자격 유지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는 국토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의 피해가 명백히 발생한 경우 지자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임차인의 피해’ 판단 여부를 ‘승소 판결이 확정됐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피해 판단 범위를 축소시킨 결과 상당수 악성임대인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전제조건으로 확정판결이 나야하는데 이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도 악성임대인을 제재할 수 있는 별도의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는 동안 임대인의 각종 세제 혜택은 유지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임차인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지속해서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행태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HUG의 대위변제가 임대인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대부분 HUG 전세보증보험 상품 가입을 하고 입주하는데 전세금을 집주인이 안 준다 해도 HUG가 대신 갚아준다”며 “이 점을 악용해서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배를 불려 나가는 임대인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어 더 많은 전세사고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악성임대인의 임대인 자격을 박탈해 혈세 낭비를 방지하고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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