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상생 요구에 은행권의 상생금융 행보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골자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가동되는가 하면 조직 개편을 통해 포용금융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각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이달 세 번째 상생금융 프로젝트인 ‘헬프업 앤드 밸류업(Help-up & Value-up)’를 본격 시행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고금리 대출자의 실질적 부담 완화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연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 신한은행 가계대출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 신청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연 9.8%로 인하한다. 약 4만2000명, 총 6500억원 규모의 대출에 대해 평균 2.8%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신규 취급되는 ‘새희망홀씨대출’의 금리도 1%포인트 인하된다.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신규로 실행되는 모든 새희망홀씨대출 금리가 일괄 1%포인트 인하되는 방식이다. 약 3만3000명, 3000억원 규모의 고객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이번 프로젝트가 앞서 시행된 ‘브링업 & 밸류업’(중금리대출 대환), ‘파인드업 & 밸류업’(휴면자산 찾아주기)에 이은 연속적인 상생금융 실천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금융의 계속된 상생금융 프로젝트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고객의 미래 금융 여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라며 “신한금융은 ‘고객 신용을 높이고(브링업) 숨겨진 자산 가치를 찾아(파인드업) 경제적 자립을 돕는(헬프업) 상생금융’을 단계적으로 지속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포용금융부를 신설하며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새로 신설되는 포용금융부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개발, 금융취약계층 보호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사회공헌 사업 전담 등 포용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민은행의 이번 조직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ESG상생금융부를 ESG사업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포용금융 업무를 별도 부서로 독립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포용금융을 각각 전문화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 부서에서 하던 업무를 두 부서가 나눠서 하면 인력도 보강되고 전문화가 가능하다”며 “금융이 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좀 더 잘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상생 방안을 잇달아 추진하는 것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연관이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단순 사회공헌을 넘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소외계층 지원 확대, 공정한 금융시장 질서 확립 등 구조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정책 기조로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상생금융 요구는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은행권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대출 수요가 늘어 총량 관리가 어려워지고 반대로 대출을 조이면 상생금융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상생금융의 취약계층·실수요자에 한해 금리 인하와 채무조정을 집중 적용하고 일반 대출자나 투기 수요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와 한도 제한을 유지하는 대상별 차등 적용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을 늘려 은행의 직접 대출 대신 간접 신용지원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는 부동산 집값과 관련된 대출 규제 성격이 강하다”면서“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대출 금융 지원 등은 경제의 선순환 측면에서 당국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