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빨간불’..최소 1조원 날려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2.18 10:42 | 최종 수정 2024.02.18 12:09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봤다. 올해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CRE)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금융그룹의 관련 손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이었다. 이는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로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원이다.

5대 금융그룹 본사 (자료=각사)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이 5조6533억원, 신한금융이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순이었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4446억원의 원금을 투입했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8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7797억원(133건), 하나금융이 2조6161억원(157건), 농협금융이 1조8144억원(55건), 우리금융이 4305억원(41건) 등의 순이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3444억원으로 최초 투자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어들었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에도 못 미쳤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였다.

이런 투자 실패는 금융그룹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대 가장 빠른 하락 속도를 보인다”며 “올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개시했다.

금융그룹들의 세부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면 북미 지역에서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KB증권은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7500만원에 불과하다. 평가 수익률을 따지면 -94.02%다. 누적 배당금 97억1100만원 등을 반영하더라도 내부수익률(IRR)가 -14.14%로 저조하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기준일에 현재 평가 금액을 회수한다고 가정할 때 IRR은 -63.30% 수준이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2242만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4억5000여만원의 배당을 챙겼지만, IRR이 -98.49%로 이례적으로 낮았다.

농협생명도 같은 시기 571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이 0원이었다. 누적 배당금은 23억원이며 IRR은 -98.35%로 하나손해보험과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 6월 인도 주요 도시의 부동산 4곳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에 15억2400만원을 투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현재 평가 금액이 1202만원으로, 평가 수익률은 -99.21%다. 16년 동안 받은 누적 배당금이 34만원이었다.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 채권, 신용공여, 채무보증 등 대출 형태로 집행한 투자 규모는 약 9조94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이 3조6297억원(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금융 2조8494억원(47건), 우리금융(1조7086억원, 63건), 신한금융(1조2193억원, 49건), 농협금융(5351억원, 13건) 등 순이었다.

대출의 경우 대부분 투자 금액과 현재 평가 금액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해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국내 증권사 한 곳은 2022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상업용 빌딩에 약 1356억원을 투자했다가 현재 대출 채권과 수익증권 모두 전액 손실처리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그룹들의 연쇄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그룹들은 저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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