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 제조기 '우영우' 종영..인상 깊었던 대사는?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8.19 09:02 의견 0
[자료=ENA]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천재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 '우영우'의 활약을 그려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던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뭉클한 감동을 남기고 18일 종영했다.

'우영우'는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가 자폐를 가진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을 비롯해 노인, 여성, 영세 자영업자,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돌아보며 무수히 많은 명대사를 만들었다.

■ 우영우가 전하는 자폐인에 관한 편견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우영우는 의대생 형을 죽였다는 오해를 받는 중증 자폐인 사건을 맡으며 이같이 말한다. 자폐인과 비자폐인을 구분 짓고, 그 삶의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고 여기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영우는 "나치의 관점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자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였다"고 언급하며 80년 전 나치와 우리 사회가 다른 게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우영우를 견제하는 권민우(주종혁)는 우영우를 배려하는 것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일각의 입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요.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요,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변(우영우 변호사)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남은 빈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권민우는 우영우가 아버지의 연줄로 부정 취업을 했는데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려를 받는 모습에 이렇게 소리친다.

자폐에 대한 편견 가득한 시선에 우영우는 자신을 '깍두기'라고 언급하며 시청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제가 변호사 우영우로서 일하고 있을 때도 사람들 눈에 저는 그냥 자폐인 우영우인 것 같습니다. 자폐인 우영우는 깍두기입니다. 같은 편 하면 져요."

■ 자폐인과 함께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과 배려 언급

'우영우'는 자폐를 가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큰 희생이 아닌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어준다.

우영우는 자신의 별명을 묻는 최수연(하윤경)에게 "너는 봄날의 햇살"이라며 서툰 자신을 위해 최수연이 보인 호의에 감사함을 표한다.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극 중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우영우를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명석은 우영우에게 자폐가 없는 변호사를 '보통 변호사'라고 언급한 뒤 "아,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네"라고 곧바로 사과한다.

또 우영우만 배려를 받는다는 지적에 "배려가 아니라 난 우영우 변호사가 꽤 잘하고 있다고 보는데?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힘도 좋고 발상도 창의적이고 잘 보면 권민우 변호사도 우변(우영우 변호사)한테 배울 점이 있을 거예요"라고 일침을 놓는다.

자폐인의 부모와 연인의 고충을 담은 대사들은 자폐인과 그 주변인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고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영우의 아버지는 딸이 자폐인과 소통하는 법을 묻자 "자폐인과 사는 건 꽤 외롭다"고 답한다.

"아빠와 딸이 함께 손을 잡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느낌이 없다고나 할까. 제때 밥만 주면 아빠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영우는 다 괜찮을 것 같다고나 할까."

우영우는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이성인 이준호에게 이별을 고하며 "제가 이준호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준호씨가 보살펴야 하는 사람인 것만 같아요"라고 말한다.

■ 드라마 속 법정을 통해 던진 우리 사회의 화두

'우영우'는 회차별로 다뤄지는 법정 사건들을 배경으로 자폐뿐만 아니라 어린이, 탈북민, 동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도 짚어냈다.

학원 버스를 '탈취'해 초등학생들을 야산에 데려간 어린이 해방 총사령관은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나중은 늦다. 불안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기에는 너무 늦다"며 학업 부담에 짓눌려 현재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대변했다.

사내 부부 직원들 가운데 아내에게 사직을 권고한 기업의 인사부장은 "아내로서 남편의 앞길을 막아서야 하겠습니까. 내조는 이럴 때 하는 거죠"라며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의 현실을 드러냈다.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탈북민 에피소드에서는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편견을 보여줬다.

재판 중 증인이 "이 재판도 다 국민들 세금으로 하는 건데 탈북자가 아니라 한국인을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발언하자, 판사가 "증인의 생각은 한 개인의 의견으로선 존중하지만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니까 재판도 하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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