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가 작년 여름경 국내 출시한 시네마 헤드폰 'YH-L700A' [자료=야마하뮤직코리아]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영화 '승리호'가 개봉됐을 때 이야기다.
작년 2월에 개봉한 영화 '승리호'는 극장이 아닌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는데 주연배우들과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 배우가 "승리호를 감상하실 때는 귀찮으시더라도 헤드폰을 끼고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후 승리호를 보고 싶은 몇몇 지인들이 어떤 헤드폰이 좋으냐는 질문을 해왔지만 선뜻 추천할 만한 헤드폰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영화 감상용 헤드폰' 하면 바로 떠오르는 제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에 소개하는 야마하의 'YH-L700A(이하 L700A)'가 당시 국내 출시가 됐다면 고민이 조금 줄었을지 모른다.
야마하의 시네마 헤드폰 'YH-L700A'. 유닛과 헤드밴드 전반에 그릴 디자인과 소리굽쇠를 겹처놓은 특유의 로고를 적용했다. [자료=야마하뮤직코리아]
L700A는 '최적의 영화감상용 헤드폰'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출시 1년이 넘은 지금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수입을 담당한 야마하 한국법인인 야마하뮤직코리아 측은 작년 하반기 경에는 물량 부족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후일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 야마하 무선 헤드폰 'YH' 시리즈의 맏형..최신 헤드폰 기술 집합체
L700A는 작년 초 야마하가 자사 최초로 출시한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YH-E500A'와 'YH-E700A'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물론 3D 서라운드 기능에 '어드밴스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등 헤드폰에 담을 수 있는 최신 기술을 거의 대부분 담았기 때문이다.
사진에서는 잘 확인이 안되지만 오른쪽 유닛 하단(사진에서는 왼쪽 유닛)에 재생, 이전곡, 다음곡 이동 등을 위한 물리버튼이 적용돼 유저 편의성을 높였다. [자료=야마하뮤직코리아]
물론 이전 YH 시리즈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리스닝 케어(Listening Care)'와 '리스닝 옵티마이저(Listening Optimizer)' 기능도 그대로 적용 됐다. 리스닝 케어는 저·중·고음역대 밸런스를 실시간으로 최적화시켜 작은 볼륨으로도 각 음역대를 충실히 들을 수 있는 기능이며 리스닝 옵티마이저는 헤드폰 내부에 저장된 마이크를 통해 귓속 밀폐 정도와 공기 누출 수준을 체크해 원음과의 차이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효과적이다. 야마하가 '어드밴스드(Advanced. 향상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이 기능을 통해 외부 소리 유입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높은 몰입감으로 음악과 각종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음악신호에 어떤 처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노이즈캔슬링 장착 헤드폰에서 나타났던 노이즈캔슬링 기능 활성화 시 음질 열화 현상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 최적의 영화 감상을 위한 3D 서라운드·헤드 트래킹
야마하뮤직코리아 측은 L700A를 '시네마 헤드폰'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네마라는 단어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듯이 이 헤드폰은 영화감상이 주특기인 헤드폰이다.
야마하는 L700A에 자신들이 오랜기간 연구해 온 3D 서라운드 기술을 적용했다. 3D 서라운드 기술과 관련해 타 회사에서는 입체음향, 혹은 공간음향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한다. 최근 애플이 공간음향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야마하는 오랫동안 3D 서라운드 기술 개발과 상업화에 주력해왔다.
야마하뮤직코리아 관계자는 "야마하가 30년 이상 사용해 온 시네마 DSP(Digital Signal Processor)를 L700A에 적용해 2채널 유닛으로도 멀티채널 사운드로 듣는 효과를 즐길 수 있다"며 "특히 HRTF(Head-Related Transfer Function)이라는 기술을 통해 두 귀에서 들리는 오디오를 합성하고 2채널 음원을 3D 사운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소리가 따라오는 야마하의 헤드 트래킹 기술 [자료=야마하뮤직코리아]
헤드 트래킹 기술은 말 그대로 소리가 머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기술이다. 헤드 트래킹은 게임 마니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오디지(Audeze)'의 '모비우스(Mobius)'나 애플의 에어팟 프로 등에도 적용된 기술인데 L700A가 이들에 비해 좀 더 최신작인 만큼 한층 자연스럽게 소리가 머리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음향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바로 이 헤드 트래킹 기술에 대한 호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D 서라운드와 헤드 트래킹 기술은 3D 서라운드 필드를 활성화하고 시네마 모드로 변환한 후 영화를 감상해보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참고로 3D 서라운드 필드 활성화와 서라운드 모드 변경은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Yamaha Headphone Controller' 앱을 다운받은 후 앱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또는 오른쪽 유닛의 3D 버튼을 길게 눌러 활성화 한후 한번씩 해당 버튼을 누르면 음성안내로 현재 어떤 서라운드 모드인지 알려준다.
실제로 3D 서라운드 필드를 활성화하고 시네마 모드로 변환한 후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드라마 '문나이트'를 감상해 보았다. 다중 인격을 지닌 주인공 마크 스펙터를 연기한 오스카 아이삭의 영국식, 미국식 영어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대사도 명료하게 들리고 액션 장면에서 타격음도 기존 음향장비에 비해 훨씬 힘이 있었다. 육중한 무게의 저음이 헤드폰 전반에 깔려있어 왜 야마하뮤직코리아에서 '시네마' 헤드폰이라고 소개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비단 영화 뿐 아니라 게임, 스포츠 경기 등 영상 콘텐츠 전반과 음악 감상에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YH-L700A를 이용해 콘솔 게임과 PC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즐겨봤다. [사진=송정은 기자]
영화 감상 시 느꼈던 저음역 재생은 콘솔과 PC로 즐기는 FPS, MMORPG, 스포츠 등 전 영역의 게임 장르에서 동일하게 느껴져 몰입감을 높여준다.
음악 감상용으로 쓰면 기존 야마하 음향기기의 음색에 익숙한 사람들은 꽤나 놀랄 법도 하다. 앞서 영상 콘텐츠 시 두드러졌던 저음 타격감이 음악 감상 시에도 그대로 들리기 때문이다. 다만 최신 무선 음향기기들이 저음역대에 두께감을 주는, 즉 음역대 튜닝을 통해 저음역의 파워 자체를 높이는 편이라면 L700A는 저음역대를 담당하는 악기들의 선명도를 높인 편에 속한다면 이해가 빠르다. 때문에 베이스 기타 등을 연주하는 이들이 모니터링용 헤드폰으로 쓰기에도 꽤 적합하다.
■ 큰 단점을 찾기 힘든 완성형 헤드폰
물론 L700A에도 단점이 없지 않다. 첫째로 3D 서라운드 필드를 활성화 할 경우 기존 스펙에 표시된 배터리 타임이 급감한다는 점이다. L700A는 스펙상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도 약 34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지만 3D 서라운드 필드가 켜지면 11시간 정도로 배터리타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YH-L700A는 구입 시 휴대용 케이스, 항공어댑터, USB-C 충전케이블, 유선 연결용 3.5mm to 3.5mm 케이블 등을 제공한다. [자료=야마하뮤직코리아]
헤드폰 컨트롤 앱에 이퀄라이저(Equalizer) 등을 통한 음역대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부재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리스닝 케어와 리스닝 옵티마이저 기술을 통해 기본값으로 제공하는 음색이 흠 잡을 곳이 없지만 50만원대에 이르는 가격을 생각하면 유저들이 제품을 좀더 흥미롭게 사용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휴대케이스 내부 상단에 있는 그림처럼 YH-L700A를 접으면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사진=송정은 기자]
디자인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에 가깝다. 이전작인 YH-E700A 처럼 다소 무거운데다(330g) 네모 반듯해보이는 유닛 디자인은 아웃도어용 헤드폰 영역에 집어 넣기엔 망설여진다. 다만 유닛 겉면과 헤드밴드 전면에 적용한 그릴 디자인이 고급스럽다고 호평하는 유저들도 꽤 많다.
누군가에게 헤드폰에 50만원을 투자하는 건 아까운 일이겠지만 섬세하고 명료한 사운드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L700A는 충분히 합리적인 종합선물세트같은 헤드폰이다.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제품이 수많은 글로벌 음향기기 신제품 홍수 속에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궁금하다면 청음샵 등을 찾아가 L700A를 꼭 체험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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