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의 연임 가도에 ‘정권과의 코드’가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왼쪽)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나란히 만료된다. 진 회장은 새 정권 출범 이후 금융권 대표로 맹활약하며 연임 가도에 청신호를 켰다. 임 회장도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적극 화답하며 연임 명분 쌓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 회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과 정부의 핵심 가교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10일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홀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금융사의 담보 위주 쉬운 영업 관행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달 25일에는 이 대통령의 뉴욕 순방에도 동행했다. 뉴욕증권거래소 타종 행사와 국가 투자설명회에 참석하며 정부의 금융·경제 외교에 힘을 보탰다.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주도한 배달앱 ‘땡겨요’가 공공배달앱으로 자리 잡으며 대표적 포용금융 모델로 평가받은 것도 긍정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진 회장이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밸류업, 포용금융 등 핵심 정책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임종룡 회장은 이재명 정부 들어 공식적인 친밀도나 협력 관계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 시절 요직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라는 배경이 현 진보 정권과의 코드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듯 임 회장은 현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80조원 규모의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발표를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는 민간 금융사 중 가장 먼저 10조원 참여 계획을 밝히며 정책 동참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그룹 차원의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직접 주재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정부 기조에도 발을 맞추고 있다.

두 회장의 엇갈린 상황을 두고 금융권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정권의 입김이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재임 기간의 경영 성과가 우선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CEO가 정부 정책과 함께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정권과 친밀도보다는 재임 기간 경영 성과를 두고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