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전환 요구가 은행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가계대출에 편중된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이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

출범 초기 은행권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했던 ‘메기 효과’마저 약화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총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95.6%(41조3076억원), 케이뱅크 92.9%(15조1156억원), 토스뱅크 89.7%(13조1162억원)에 달한다. (사진=각사)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669조5430억원이다. 지난 6월 말 대비 5조4562억원 증가한 것으로 3개월 만에 5조원 넘게 불었다. 가계·부동산 금융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하자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은행권이 적극 발을 맞춘 결과다.

반면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편중 구조로 인해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총여신 중 가계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95.6%(41조3076억원), 케이뱅크 92.9%(15조1156억원), 토스뱅크 89.7%(13조1162억원)에 달한다. 가계와 기업대출 비중이 5대 5 수준인 시중은행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인터넷은행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현행법상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에만 기업대출을 내줄 수 있다. 영업 방식도 비대면 위주라 대출 범위가 개인사업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수준의 체계적인 기업금융 심사 및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에서 인터넷은행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가 무산된 것 역시 인터넷은행이 처한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과거만큼의 파괴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은행도 가계대출 성장이 묶인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4조6000억원 규모다. 이중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한 카카오뱅크는 올 4분기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출시한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주담대 담보물을 소규모 아파트와 상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독자적인 평가모형을 개발해 기존 신용평가로는 평가가 어려웠던 중·저신용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IT 기반이라는 특성을 살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와 손잡고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오픈 에코시스템’ 전략을 통해 다양한 금융·비금융 서비스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토스뱅크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2025 3rd S.Stage(Startup Open Stage)’에 은행권에서는 단독으로 참여 중이다. 스타트업과의 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사업자 신용평가 및 금융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뱅의 출발점 자체가 가계대출 시장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던 만큼, 아직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업대출로까지 원활하게 구축되지 못했다”면서도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개인사업자와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