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정부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내년 상반기 본격 발주를 앞두고 있다. 국내 변압기와 전선 업계가 핵심 설비 국산화와 생산 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기술 경쟁과 수주전이 불붙고 있다.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500kV급 전압형 HVDC 변압기 국산화 과제 수행사로 4개사를 선정했다. 기획·설계부터 생산까지 병행하는 해저케이블 부문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경쟁 중이며, 연말 입찰 공고 후 내년 상반기 첫 발주가 예상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주산지인 호남권과 거대 산업 집적지인 수도권을 HVDC(초고압 직류송전)망으로 연결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전북 새만금에서 경기 화성까지 220㎞ 해저케이블 440㎞ 구간이 설치된다.

사업은 변압기 부문과 해저케이블 부문 두 개 핵심 축으로 나뉜다.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는 변압기 국산화를 위해 고압 직류 복합 변압기, 부속기 등 설계·생산·시험 검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력 효율화와 송전망 안정성 확보에 필수적인 변환 장비로, 2027년까지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해저케이블 부문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맞붙는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HVDC 해저케이블 생산과 포설 분야에서 국내 유일의 독보적인 기술과 대용량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이라는 자회사와 국내 유일의 HVDC 전용 포설선을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린다. 대한전선은 당진 2공장 설립으로 생산능력 5배 확대, 턴키 시공능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국내에서 HVDC 해저케이블을 실제로 생산하고 조달하며 시공까지 완결할 수 있는 곳은 우리뿐”이라고 강조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소수 기업만 보유한 해저케이블 턴키 수행 역량 확보를 통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에서 변압기와 해저케이블 기술 확보는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국가 에너지 기술 패권 확보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주도권 경쟁을 의미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 구간 구축, 2040년 ‘U자형’ 전국 에너지망 완성이 목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함께 국내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HVDC 변압기와 해저케이블 기술은 적기 구축과 운영 안정성, 송전 손실 최소화를 좌우한다.

세계 HVDC 시장은 2024년 15조6000억 원에서 2030년 23조1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스웨덴 히타치, 독일 지멘스, 미국 GE 등 소수 기업이 90% 이상 점유 중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기술 장벽을 넘어 국산 기자재와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은 글로벌 ‘기술 패권’ 확보에 직결된다.

에너지 및 전력 전문가들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한국이 재생에너지 수송과 전력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승부처”라며 “국내 변압기와 전선 기업은 해외 독과점 시장에 도전하는 전략적 전초기지”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발주가 현실화되면 기술력과 생산능력, 시공 역량을 두루 갖춘 기업이 수주전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