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뱅크가 본사 사옥으로 사용 중인 판교 테크원타워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 단순한 임차인을 넘어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 운영 안정성을 꾀하는 동시에 우량 실물 자산 투자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려는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놓은 판교 테크원타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카카오뱅크가 선정됐다. (사진=카카오뱅크)
21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놓은 판교 테크원타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선정됐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컨소시엄의 주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대규모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매각가 약 2조원에 달하는 국내 오피스 시장 역대 최대 규모의 빅딜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판교의 대표 ‘트로피 에셋(상징성 있는 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스마일게이트, 캡스톤자산운용 등 유수의 기업들이 치열한 인수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현재 핵심 임차인인 카카오뱅크를 등에 업은 한국투자리얼에셋이 승기를 잡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판교 테크원타워에 둥지를 틀고 본사로 사용해 왔다. 이미 2023년까지 장기 임차 계약을 맺은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인수 참여로 카카오뱅크는 단순 임차인의 지위에서 벗어나 건물의 소유 지분을 얻게 된다. 이로써 매년 지출해야 하는 막대한 임차료 부담을 완화하고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소유권 확보를 통해 공간 활용의 자율성도 크게 높아진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인프라 투자나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업무 환경 개선 작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그림은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운용 수익률 제고에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비이자수익 확대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초 재무실 산하 재무관리부서에 대체 투자 심사 담당자 직무를 신설하며 대체 투자 확대에 본격 나섰다. 국내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대체 투자에 뛰어든 카카오뱅크는 주식과 채권 중심의 기존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참여하는 대체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투자금융자산 운용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85% 급증한 1648억원이었다. 1분기 투자금융자산 수익을 비롯한 비이자이익 증가는 카카오뱅크의 분기 최대 실적 달성의 밑거름이 됐다.
이번 투자는 카카오뱅크의 풍부한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저원가성 예금의 꾸준한 유입으로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고는 올 1분기 기준 6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인해 대출 자산의 추가적인 성장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결국 넘쳐나는 예금을 쌓아두기보다 판교 테크원타워와 같은 검증된 우량 부동산 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리는 것이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인수 참여에 대해 “매각 주체가 아닌 여러 투자사 중 하나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운용 수익률 제고와 재무 안정성 강화 측면에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