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주요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이 1년 새 11% 상승하면서 상반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정부가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 중이어서 대손비용 부담은 하반기에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카드사들은 휴가 시즌임에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고 인력도 축소하면서 비용효율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6개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의 대손충당금은 전년 대비 1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6개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의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액 총액은 1조9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신용판매 수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대출판매를 늘려 왔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취약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된 결과 충담금 부담까지 심화됐다는 것이다.
늘어난 충당금은 카드업계의 실적 후퇴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6개 카드사 중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익 성장을 기록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했다. 나머지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의 순익은 같은 기간 모두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충당금 부담은 하반기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7년 이상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매입한 후 조정·탕감할 배드뱅크를 설립하려고 준비 중이다. 문제는 배드뱅크 설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채권을 상환하지 않으려는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작년 10월에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돼 카드사의 회수 활동은 한층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업황 개선 분위기가 보이지 않자 카드사들은 인력과 혜택을 축소하면서 비용효율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카드업계의 전업모집인은 38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모집인원이 5109명이던 것과 비교해 1년새 32.91% 감소한 것이다. 인력 감축은 모집인을 대상으로만 진행된 것이 아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6월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한 바 있다. 악화된 영업 환경 속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상반기에만 해도 존재했던 최장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은 여름 휴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사라졌다.
우리카드는 지난 6월까지 무이자할부 6개월을 선보였으나 지난달부터 5개월로 단축했다. 삼성카드 역시 업종별 차이는 있으나 최대 5개월 무이자 혜택을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의 무이자할부 기간은 손해보험업종과 국세·지방세를 제외하곤 3개월까지로 확인됐다. KB국민카드도 업종에 따라 2~5개월로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비용효율화 조치는 상품 혜택·인력 축소뿐 아니라 ‘알짜카드’ 단종 활동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 지난해 사라진 카드 수 총 595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1종이 단종된 것과 비교해 3년만에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악화로 대손비용과 대손충당금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실적 역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 채무 탕감이 본격화되면 카드사의 회수율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