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아이폰17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도 통신 시장은 예상보다 잠잠한 모습이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통신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AI 투자 확대와 해킹 이슈 등 부담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3사가 최근 마케팅 경쟁에 대해 미온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따르면 이번 아이폰17 시리즈에 대한 공통지원금은 최대 45만원으로 책정됐다.
세부 기종별로 살펴보면 프로와 에어 모델에 대해서는 모두가 최대 45만원을 지원한다. 일반형과 프로맥스 모델은 SKT가 26만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지원한다. 이어 KT 25만원과 LG유플러스 23만원 순이다. 추가지원금 역시 3사 모두 동일하게 15%로 책정했다.
최종 지원금 규모는 정식 출시일인 19일 확정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신3사가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지난 7월 단통법이 폐지됐지만 어느 곳에서도 공격적인 보조금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아이폰 17 사전예약에서도 3사 모두 보상 프로그램 등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7·플립7 출시 당시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누가 보조금 경쟁의 방아쇠를 당길지에 주목했지만 세 회사 모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는 실정이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고객들의 기대감이 컸고 문의도 많았지만 막상 시행 이후에는 이를 충족시킬 만한 정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황에 따라 지원금 정책이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폐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는 배경으로는 비용 문제가 꼽힌다. 3사 모두 AI 사업과 주주환원 등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에 집중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보조금 마케팅을 전개하더라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관련해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가입자 경쟁에서 매출액 경쟁으로 통신 시장이 변모했으며 새로운 요금제가 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라 타사 가입자 유치에서 획기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ARPU가 낮은 타사 가입자 유치는 실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신3사가 뼈저리게 학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들어 이어지고 있는 보안 사고들도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실제로 SKT는 유심 교체 및 위약금 면제와 고객감사패키지, 정보보호 투자 강화 등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KT에서도 최근 소액결제 사고가 발생해 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특히 보안 사고의 경우 수습을 위한 지출 문제뿐만 아니라 가입자 신뢰와도 직결돼 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엔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킹 등 보안 사고로 인해 가입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보조금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