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발전사 통폐합을 적극 찬성했다가 리더십에 흠집이 난 모양새다. 통폐합과 관련해 내부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실망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발전사 통폐합 기관의 차기 수장을 노린 행보라면 자충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사진=연합뉴스)

1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기윤 사장의 발전사 통폐합 발언으로 내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강 사장이 기관장으로서 내부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게 골자다. 게다가 평소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내부 의견과 상반된 의견에 실망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강 사장은 지난 8일 한 간담회에서 "현재 5개사가 지역 구분 없이 섞여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5개 발전사 통폐합은 관리 효율화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인위적인 인력 감축에 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지만 통폐합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효율을 강조하면서 겹치는 인력을 그대로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발전업계에서도 통폐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특히 충분한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치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공개된 국정과제 어디에도 공공기관 통폐합과 전력공기업 구조개편은 등장하지 않는다"면서 "충분한 공론화 장이 있었음에도 절차적 과정이 생략된 채 갑작스러운 발표로 특정 공공기관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강 사장의 발언은 통폐합시 차기 수장을 노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남부 지역은 남동발전과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세 기관이 합쳐진다는 점에서 조직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점에서 불리할 것을 우려한 전략적 발언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언은 아니었고 편한 자리에서 대화가 오가는 중에 정부 방향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지난해 11월 남동발전 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실제 취임 이후 직원들과 구내식당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집무실 문패를 사장실에서 고충상담실로 바꿔 권위를 내려놓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내부 구성원과 결이 다른 발언 한방으로 한순간에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기관장으로 정부의 국정철학을 존중하는 모습도 좋지만 제대로 된 밑그림이 나오기도 전에 이같은 행보는 직원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기조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행보였던 것 같은 데 되레 내부 반발에 부딪혀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남동발전의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다.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노동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5년 일신금속공업을 설립하며 경영인으로 나섰다. 금오엔지니어링의 사장으로도 일한 그는 이후 정계에 입문해 경남도의회 의원과 제 19·21대 국회의원(창원시 성산구)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