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4대 시중은행의 과점구조에 맞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간 ‘공동전선’이 더욱 강화된다.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협업한 ‘함께대출’에 이어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의 ‘같이대출’이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인뱅의 강력한 플랫폼과 지방은행의 영업 노하우가 결합된 ‘상생 모델’이 대출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4대 시중은행의 과점구조에 맞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간 ‘공동전선’이 더욱 강화된다. (사진=각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연내 전북은행과 협업한 공동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최근 특허청에 관련 상표명 ‘같이대출’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선보인 ‘함께대출’에 이은 인뱅-지방은행 간 두 번째 공동대출 상품이다.
같이대출은 카카오뱅크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이 각자의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개별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구조다. 이후 두 은행이 협의된 비율로 대출금을 분담해 고객에게 하나의 대출처럼 실행한다. 대출 실행 후 관리 역시 카카오뱅크 앱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협력 모델은 양측 모두에게 ‘윈윈’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전북은행은 기존 지역의 기반을 넘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거대한 플랫폼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기반도 마련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방은행 고객과의 연결을 통해 플랫폼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중·저신용 대출 취급 경험을 확대하는 효과도 얻는다.
가장 큰 수혜자는 고객이다. 두 은행이 차주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함에 따라 개선된 금리와 한도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앱 하나로 사실상 2개 은행의 대출 계좌를 관리할 수 있어 대출 취급과 관리 용이성도 커진다.
공동대출의 실효성은 이미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의 함께대출로 입증됐다. 업계 최초의 공동대출 상품이었던 함께대출은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공급액 1조원을 돌파했다. 단독 신용대출 대비 평균 1.13%포인트 낮은 금리와 최대 1.55배 높은 한도가 인기 요인이 됐다.
토스뱅크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은 카카오뱅크 만이 아니다. 케이뱅크 역시 부산은행과 손잡고 연내 공동대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인뱅 3사 모두 지방은행과의 협업에 뛰어들면서 공동대출은 더 이상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주요 사업 모델로 자리 잡게 됐다.
업계에서는 공동대출의 영역이 개인신용대출을 넘어 기업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전북은행 측은 “서비스 안정화 이후 금융당국과 협의해 상품군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협력 모델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 제6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한 금융위 위원은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의 사례를 언급하며 “인뱅과 지방은행 사이에 시너지가 나는 면에서 앞으로 기대가 된다”면서 “좋은 취지를 가진 혁신제도가 법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나빠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공동대출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향후 판매 상품 추가 시 금융당국에 사전보고해 적정성 검토 후 시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지역금융기관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협업 모델 구축 유도’를 명시하며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고 있다.
한 인뱅 관계자는 “공동대출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서 대출 심사와 대출금 관리에 대한 특례가 적용된 것으로 대출 상품에 대한 제한은 없다”며 “지역 기반의 지방은행과 플랫폼 역량을 갖춘 인뱅 간 상생 모델을 계속 만들어가는 차원에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