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태광산업 품에 안긴 애경산업이 탄탄한 지원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컨소시엄을 애경산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애경그룹과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매각 관련 주식매매계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애경산업)
이로써 태광그룹은 본업 위기 극복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애경산업은 태광그룹 컨소시엄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리밸런싱이 기대된다.
이번 거래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넘기는 것으로 매각 금액은 4000억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애경그룹과 태광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만큼 양 사는 연내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로 그간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지원을 받아 리밸런싱을 거쳐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애경산업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713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3%, 36% 감소했다. 높은 중국 의존도와 국내 경쟁력 약화로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부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상황이었다.
태광그룹은 지난 7월 대규모 투자를 통한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2조원 규모 투자 재원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모태기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상황 개선이 시급했고, 태광그룹은 B2C 중심 신사업 전환이 필요했던 시점이라서 양 측에게 윈-윈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사업부의 지속적인 부진으로 2분기 기준 274억원 규모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 부담도 늘어갔다. 2분기 부채총계는 전년동기대비 8.3% 늘어난 4조4299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아래서 더 많은 투자를 받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애경산업은 최근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판매 채널 리밸런싱을 진행해 왔다. 국내에서는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 환경에 적응하고, 글로벌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먼저 국내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태광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홈쇼핑 채널 쇼핑엔티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애경산업의 뷰티 및 생활용품을 라이브 커머스 형태로 판매하며 온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할 수 있다.
그간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해외 채널 다변화와 매력도가 떨어진 브랜드 재정비 등 전반적인 리밸런싱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애경산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판로 확장을 추진해 왔다. 태광그룹이 기존에 보유한 해외 지사 및 네트워크를 애경산업의 제품 수출에 활용하고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태광그룹의 주력 사업인 섬유 및 석유화학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업계는 태광그룹의 섬유·석유화학 기술력을 애경산업의 화장품 용기, 포장재는 물론 기능성 화장품 연구개발에 접목해 원가 절감과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의 리밸런싱과 체질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줄 지가 주목된다”며 “태광그룹은 애경산업의 빠른 체질개선을 위해, 애경그룹은 빠른 유동화를 위해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