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은 결국 바다에 이른다. 판문점 연쇄회동을 보고

분단의 상징이 평화의 길목으로 판문점 연쇄회동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7.01 11:15 의견 3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3자 회동에 이어 김정은-트럼프 53분 단독회동의 소득은 “비핵화와 제재해제 방정식을 풀기 위한 실무협상을 2~3주 내에 재가동”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를 위한 불씨가 되살아났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122일 만인 30일 오후 남측 자유의 집에서 53분간 단독회동을 마치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북, 미 협상의 재개를 알리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실무팀을 꾸러 2~3주 내에 북과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대북제재를 해제하기 되기를 바란다. 협상하다보면 해제되지 않겠는가?”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따라서 이날 만남이 형식은 회동이지만 사실상 하노이 회담에 이은 3차 회담이었음을 말한다. 

이날 3자 회동에 이은 북, 미 정상들의 판문점 회동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전쟁의 총성이 멎은지 66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 미, 그리고 전쟁 당사국인 남, 북, 미 정상의 회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오후 3시 46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국인 북한 땅을 최초로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20보 가량 북한 땅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으로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은 다시 남쪽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10여 분간 선채로 대화를 나눴다.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3자 회동이 판문점에서 실현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엄청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호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일이 생기고 있어 기쁘다. 우리는 들어가서 여러가지 긍정적인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대통령이 되셨다. 우리 땅으로 오신 것은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종전선언, 평화를 위한 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극적인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졌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백두산 등정 동행과 남한 대통령의 평양 군중 앞에서 연설 그리고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과 같은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서두르지 않겠다. 속도 보다는 올바른 협상을 추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실무 협상에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일지 알 수 없으나 미국의 원칙 만큼 북한도 안전보장. 즉 제재해제 없는 폐기는 자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이 와중에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승만 정부와 그 군대의 무능으로 정전협정의 당사자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당사자가 아닌 이해관계자 내지 조력자로 머물러야 하는 것이 아쉽고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평화만 온다면야 조력자면 어떻고 이해관계자면 어떠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면 그 뿐이다.  

다만 이번 극적인 판문점 회동에서 보듯이 화끈한 이벤트. 자기 과시욕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 때문에 끝내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모든 강은 결국 바다에 이른다’는 철리가 있는 한 우리 정부의 평상심을 잃지 않는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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