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분쟁 중인 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들이 조합에 유치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입주 직전 극적 협의도 이뤄지고 있으나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에 입주를 계획하고 있던 예정자만 전전긍긍하며 피해를 걱정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의 조감도 (자료=GS건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사업 조합과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공사비 약 1000억원 증액을 요청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광명시 철산동 주공아파트 8·9단지를 지하 3층~지상 최고 40층인 23개동, 총 3804세대 규모의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재건축 조합과 GS건설은 총사업비 8776억5500만원에 시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416억원, 2023년 585억원 공사비를 인상한 바 있으며 5월 입주를 앞두고 한 차례 더 증액을 요구한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전 두 차례 증액은 조합에서 요구한 마감재와 설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위해 진행된 것이다”라며 “이번 증액은 착공 후 코로나19나 중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기치 못한 대외환경 변화에도 정상적으로 공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GS건설이 요구한 1000억원 증액은 무리라고 밝히며 일반 조합원 5명이 참여한 협상팀을 구성해 협의에 나섰다. GS건설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조합원 한명 당 5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납부해야 해 부담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조합과 GS건설은 갈등 해결을 위해 광명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위원회를 통해 요구액은 700억원까지 인하됐으나 조합 측에선 100억원을 고수 중이다. 완공을 앞두고도 협상에 진척이 없자 GS건설은 지난달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시 조합원의 입주 활동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공문으로 엄포를 놓으며 합의를 촉구했다.

입주 제한 경고는 이달 준공 예정인 경남 ‘율하 더스카이시티 제니스&프라우’에서도 이어졌다. 율하 더스카이시티의 시공을 담당한 두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은 약 2년 전부터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왔다. 컨소시엄이 요구한 증액 규모는 845억원이다.

율하 더스카이시티 조합은 최근 공사비를 비롯한 추가 출자금 집행을 위한 총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안건이 부결되자 시공을 담당한 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은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입주키를 불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관련 내용은 조합 측과 계속 협의해 온 부분이다”라며 “하지만 증액 요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약서 있는 입주키 분출 제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공사비 관련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최근 장위4구역 재건축 조합은 GS건설과 공사비 협의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설계사 부재와 비용 증액 갈등으로 공사 중지 현수막과 호소문이 걸렸던 이래 5개월 만에 타결을 앞둔 것이다.

GS건설이 처음 제시한 증액안은 7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조합에선 과하단 입장을 내비쳤으며 서울시에 갈등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에 나선 서울시는 작년 11월 240억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번엔 GS건설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계속해서 협상에 나선 결과 GS건설의 309억원 제안을 조합이 수용하기로 하며 협의에 다다른 것이다.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완료 수순에 이른 결과 다음달 예정된 입주 활동은 지연 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연초부터 잇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에 입주 예정자에게만 피해가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계획된 시점을 목표로 마련해 온 자금과 이주 계획에 차질을 겪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인 변수들로 인한 물가 급등이 공사비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이지만 시공권 확보를 위해 공사비를 경쟁적으로 낮춰서 제시하는 행태도 무시할 수 없다”며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입찰 과정부터 현실적으로 가능한 비용과 계획을 제시하는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