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고진감래’ 대형 증권사들..“지속 성장 성과 낼 때”

증시 부진·PF 부실로 위기 겪은 증권사들 “올해는 다르다”
대형 증권사 중 최소 4곳 연간 영업이익 1조 달성 유력
“생존 위해 새로운 길 가야”..글로벌화·리테일 경쟁력 강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16 11:01 의견 0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 국내 경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내수 경기 침체로 1%대 성장이 전망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 무역 장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금융·부동산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 보다 팽배하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기회로 한층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주요 업권·기업별로 제시된 해법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 2년간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 침체 우려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 2년간 다진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지속 성장의 성과를 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5대 증권사 본사 전경 (자료=각사)

■ 증권사 CEO, 위기 속 변화·혁신 주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와 ‘지속 성장’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경영환경은 국내외 정치적 변수로 그 어느 때보다 경기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가 목표로 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24년의 성과를 베이스캠프 삼아 더 높고 험난한 정상 정복을 위해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하려 한다”며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 모델 개선을 넘어 창의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 엄주성 사장도 “개인투자자의 국내시장에서 미국시장으로 이동, 증권만이 아닌 금융플랫폼으로 고객접촉면 확대 등의 환경 변화와 함께 출발이 가볍고 기민한 추격자들이 당사의 비즈니스모델을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는 비우호적인 시장환경과 더불어 격화되는 경쟁에 맞서 더욱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자세로 변화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 2년간 다진 기초체력, 성장 발판 삼는다

새해 들어 증권사 수장들이 혁신을 통한 지속 성장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비우호적 경영 환경 속에서도 탄탄한 이익체력을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5곳 중 최소 4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만에 1조15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조기에 ‘1조 클럽’에 진입했다. 3분기까지 9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에프앤가이드 실적 전망치 기준 삼성증권 1조1916억원, 미래에셋증권 1조1440억원, 키움증권 1조1263억원이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9229억원으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 투자 활성화가 이를 상쇄했고 2023년 반영됐던 대규모 PF 충당금 등 기저효과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2024년 낯설고 거친 시장 환경 속에서도 높은 목표를 향해 첫발을 떼는 탐험가의 심정으로 눈부신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도 “2024년 회사 전부문의 고른 성장이 성과라면 시장의 변화와 추격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은 과제”라고 현 상황을 요약했다.

■ 성장 핵심은 글로벌화 vs. 리테일·WM 경쟁력

지난해까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증권사 대표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핵심 사업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비즈니스 영역에서 해외 법인의 경쟁력 강화를 회사의 핵심 성장 파이프라인으로 지목했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인도 로컬 증권사 쉐어칸 인수를 기점으로 우리는 글로벌 WM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향후 20년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인도 시장을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시장과 홍콩, 뉴욕 등 선진국 시장의 지역별 비즈니스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글로벌화를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전략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금융시장까지 글로벌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외 시장에서 좋은 상품과 딜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며 “글로벌화는 특정 본부에만 해당하는 미션이 아니라 전 사업부문이 사고방식, 운영방식,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방식 전반에 걸쳐 글로벌화의 변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좀 더 중점을 뒀다.

윤병원 NH투자증권 대표는 “리테일사업부문은 (초)부유층 중심의 대면채널, 디지털 부유층과 대규모 고객을 유입하는 디지털 채널로 분화 발전해야 한다”며 “홀세일(Wholesale)사업부문은 기관고객 대상 투자솔루션 부문의 빠른 성장을 주도하고 OCIO(외부자산위탁운용)사업부문은 신규 OCIO 기관 개척을 통한 운용자산(AUM) 증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벤처 DNA에 기반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제공,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전환으로 기술 선도력 확보, 주식 이외의 금융플랫폼 경쟁력 강화, 발행어음, 퇴직연금 등 향후 먹거리 준비 등을 지속 성장의 방향성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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