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본업 위기의 카드업계..다변화 키워드는 ’플랫폼·데이터’

카드사 9곳 중 6곳 수장 교체..신년사선 ‘변화’·’혁신’ 강조
내달 가맹수수료 추가 인하..카드업계, 수익구조 다변화 ‘총력’
신규 먹거리로 낙점된 ‘데이터’∙‘플랫폼’..고도화∙라이선스 취득 추진

우용하 기자 승인 2025.01.13 14:12 의견 0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 국내 경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내수 경기 침체로 1%대 성장이 전망되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 무역 장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금융·부동산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새해를 맞아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기회로 한층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주요 업권·기업별로 제시된 해법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카드업계가 수장을 대거 교체하며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누적된 가맹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은 줄고 대출 판매가 증가하면서 고착화된 기형적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에 카드사들은 데이터와 플랫폼을 핵심 신사업으로 선정 후 고도화 하며 수익 다변화에 나섰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본사 전경 (자료=각사)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업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비씨·우리·NH농협) 중 6개 카드사가 최고경영자(CEO)를 변경했다. CEO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였으며 5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수장은 전원 교체됐다.

새롭게 자리한 카드업계 CEO들은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짚었다.

먼저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는 “IMF와 금융 위기를 빼면 요즘처럼 위기 신호가 체감되는 시기도 없을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변화와 핵심이란 키워드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빠르고 역동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변화를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도전한다면 올해 KB국민카드가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멘텀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혁신에 대한 중요성은 신임 CEO들뿐만 아니라 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협회장도 언급했다.

정 협회장은 신년사에서 “당초 기대보다 내수 회복 속도가 더디고 글로벌 경제 환경도 높은 불확실성에 있다”며 “우리 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여건들로 볼 때 올해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도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신협회와 카드사 CEO들이 입을 모아 변화·혁신 강조한 것은 카드업계가 현재 본업인 신용판매의 수익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가맹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된 이래 4차례 연속 인하됐다. 그 결과 카드업권은 작년 3분기 전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순이익 4.6%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내달 14일 가맹수수료율을 0.1%포인트 추가 인하한다고 밝힌 만큼 신용판매 수익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신용판매 수익 악화에 카드업계는 그간 카드론과 같은 대출판매를 늘리며 실적을 유지했다. 다만 대출상품 중심의 수익구조는 건전성 리스크에 취약한 만큼 수익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카드사들은 신규 먹거리로 데이터와 플랫폼 사업을 선택하며 변화에 나섰다.

먼저 신한카드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데이터·플랫폼 역량 강화를 시도 중이다.

빅데이터 마케팅팀 부장과 신성장본부장을 역임하며 데이터 기반 사업을 이끈 박창훈 대표 선임 역시 이러한 이유로 분석된다. 대표 선임 후 진행된 조직개편에선 기존 5개 그룹을 4개 그룹으로 변경하고 페이먼트 그룹에 플랫폼 관련 조직을 전진 배치했다.

이를 통해 신한카드는 자사의 모바일 플랫폼인 ‘신한쏠(SOL)페이’의 경쟁력을 키워갈 계획이다. ‘데이터바다’에 대한 서비스도 확대해 데이터 상품 수익 역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데이터바다’는 신한카드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데이터 상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KB국민카드도 ▲고객 중심 조직의 실행력 강화 ▲조직 효율화와 슬림화 기반 성장영역 강화 ▲미래 성장 비즈니스의 핵심 사업화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 중 플랫폼 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 플랫폼콘텐츠부와 플랫폼마케팅부를 각각 플랫폼고객분석부, 콘텐츠 사업부로 변경했다. 데이터 기반의 고객 분석 능력을 강화해 KB페이(KB PAY) 서비스를 확대하고 카드사 플랫폼 경쟁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딥체인지 슬로건을 내세운 삼성카드는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모니모’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니모’는 삼성카드와 삼성생명·화재·증권이 지난 2022년 함께 출시한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 플랫폼이며 삼성카드가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모니모 활성화를 위해 전용 서비스와 금융상품을 개발해 선보였으며 앱카드 결제 서비스 도입, KB국민은행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모니모 구축과 운영에 대한 분담 비용을 늘리는 수의계약이 작년 12월 체결된 만큼 올해 공격적인 경쟁력 강화 행보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수익 확대를 위해 자체 플랫폼인 ‘블루 데이터랩’의 콘텐츠·상품 개발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데이터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독자적인 데이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플랫폼과 데이터를 통한 수익 다변화 행보는 한층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카드사의 기업정보조회업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현재 BC카드가 금융위원회에 관련 본허가를 획득한 상태며 신한카드를 비롯한 주요 카드사들도 사업 진출을 위한 라이선 취득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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