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절박함 드러낸 금융지주 회장들..“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금융지주 회장 신년 메시지 속 위기 인식 절박함
위기 극복 방편으로 ‘신뢰 회복·공동체·본업에 충실’
M&A 등 외형 성장 보다는 내실 다질 기회로 삼아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13 11:28 | 최종 수정 2025.01.13 11:29 의견 0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찾아왔지만 새해 전망이 어둡다. 국내 경제는 대외 환경 악화와 내수 경기 침체로 1%대 성장이 전망되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 무역 장벽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 대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취약한 금융·부동산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새해를 맞아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기회로 한층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주요 업권·기업별로 제시된 해법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을사년 새해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올해 환율 상승과 금리 하락, 대외적인 불확실성 확대 등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을 우려해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자료=각사)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새해 경영화두는 ‘위기 극복’과 ‘내실 다지기’로 압축된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들의 신년 메시지에서 위기 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제시가 두드러졌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한 해”라며 “대내외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요소들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내수부진 및 수출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공통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자고 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달랐다.

■ ‘신뢰·안정감’ 강조한 양종희..진옥동 “목표보다 목적”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키실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리딩금융’이라서 가능한 해법이다.

양 회장은 “주주환원 강화, 자본비율 관리,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어려움을 잘 이겨낸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이 안심하고 KB를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주주와 고객의 가치 제고에 최우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파트너십’과 ‘효율과 혁신’을 언급했다. 각각 임베디드 금융(핀테크 기능 내제화)을 통한 빅테크와의 공동의 생태계 조성과 효율적 자본 배분을 통한 조직의 슬림화를 뜻한다.

특히 양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은행 전략본부에 ‘대면채널 혁신’ 미션을 부여했다”며 기존의 ‘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고객 채널 도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 후마니타스(Humanitas), 코뮤니타스(Communitas)’를 제시했다. 후마니타스는 인간다움을, 코뮤니타스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과 사회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진 회장의 철학이 담겼다.

최근 진행된 ‘2025년 신한경영포럼’에서도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보다는 1등보다는 일류를 지향하는 신한금융의 가치 추구에 대한 공감대 형성하는 데 집중됐다.

진 회장은 “‘목표’는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를 나타내고 ‘목적’은 왜(why)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며 “구성원 모두가 ‘목적’에 대해 공감해 간다면 일류신한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함영주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야”..임종룡, 신뢰 회복 최우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해법은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산 규모의 성장,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이뤄진 만큼이나 우리의 내실과 역량도 함께 성장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비우호적인 시장여건을 탓하거나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낮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당연시하는 인식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A(인수·합병) 또한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효율적인 자본배분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함 회장은 가젤과 사자의 우화에 빗대어 절박한 심정으로 생존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함 회장은 “강력한 태풍이 몰아쳐도 견뎌낼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부족한 손님기반을 늘리고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인 비용집행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로 곤혹을 치룬 우리금융의 올해 최대 목표는 '신뢰 회복'이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 그룹의 경영 목표를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정했다.

임 회장은 “이대로 멈춰 절벽 끝에 계속 서 있을 수 없다”며 “지난 사건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반성, 껍데기를 깨는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전략방향으로 내부통제 혁신,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그룹 도약기반 확보 등 세 가지를 들었다. 내부통제 강화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미래성장을 위한 혁신으로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임 회장은 목표에 대한 ‘끈기’를 가져야 한다며 추위에 강한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 등 ‘세한삼우’를 거론했다. 그는 “이 세 가지는 한겨울에도 푸르름과 자태를 잃지 않고 우리에게 꺾이지 않는 강인한 끈기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끈기가 여러분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것은 물론 우리금융의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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