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희 골프픽] 가을 골프, 기대와 달리 ‘실망’..기후변화가 바꾼 그린의 풍경

가을에도 잔디 관리 어려워..전통적 관리 패턴 붕괴

임윤희 기자 승인 2024.10.14 08:07 | 최종 수정 2024.10.14 11:32 의견 1
포천의 한 대중제 골프장. 10월 중순에도 티박스 주변에 잔디가 모두 죽어 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자료=임윤희 기자)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잔디가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해있고 그린 스피드도 일정하지 않아 불편했다."

지난 주말 춘천의 한 대중 골프장을 찾은 A씨는 가을 시즌의 그린 상태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스러운 경험을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잔디 관리 문제는 올해 여름, 전국의 많은 골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잔디(난지형)와 양잔디(한지형) 모두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 타격을 입으면서 전통적인 관리 패턴이 붕괴되고 있다.

조선잔디는 보통 여름철 25도 전후의 기온에서 왕성하게 자라며 6월에서 8월 사이가 최적기다. 반면 양잔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 가을과 봄철에 가장 좋은 생육 상태를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여름에는 조선잔디, 봄과 가을에는 양잔디 구장을 선호한다.

올해 여름 양잔디 구장은 회원제 골프장마저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다. 여름철 기온 상승과 잦은 집중호우로 인해 잔디 생육이 어려워지면서 평소 최상의 관리 상태를 유지하던 고급 골프장들조차 잔디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

조선잔디 구장 또한 이러한 기후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세를 보이던 조선잔디도 올해는 관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으며 기대 이하의 상태를 보였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이 여파가 10월까지도 이어져 잔디 관리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 다습한 환경은 잔디에 병해가 쉽게 발생할 조건을 만들었다. 물이 빠지기도 전에 폭염이 찾아오면 잔디 뿌리가 썩어 회복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조선잔디를 식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여름 7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폭염과 집중호우가 잔디 생육에 치명적이었다"며 "잔디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골프장들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천의 몽베르CC와 제주 부영CC, 더시에나CC는 기후 변화에 그나마 강한 조선잔디로 전면 교체해 유지 비용을 절감하고 여름철 잔디 상태를 개선했다. 이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을 대비한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많은 골프장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방법이다.

또 최신 기술을 활용한 잔디 관리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잔디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온도, 습도, 토양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해 적절한 시기에 물과 비료를 투입함으로써 과습을 방지하고 병해를 예방한다.

10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점차 안정되고 습도가 낮아져 대부분의 골프장 잔디는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10월 중순부터는 잔디 상태가 대부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여름 잔디관리에 실패한 일부 골프장은 올까지 그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친환경적이고 내구성이 강한 잔디 품종을 도입하거나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빚내서 간다'는 가을 골프의 매력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울 질 것이라는 게 그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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