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소외된 ‘특공’·투기로 변질된 ‘무순위’..제도 개선 요구 힘 붙나
한국부동산원, 1~7월 아파트 청약자 118만명..30대이하 50%↑
특별공급 확대에 줄어드는 가점제..40∙50세대 역차별 호소
투기장 변질된 무순위 청약..제도 보완 필요성 커져
우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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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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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주거 정책은 청년에게 맞춰주고 투기판인 무순위는 나 몰라라 하는데 집 없이 기다려온 우리는 어디 가서 청약받고 내 집 마련해야 합니까?”(서울거주 50대 A씨)
정부의 저출생 대책으로 특별공급 물량이 증가해 20·30세대의 청약 당첨은 늘었지만 가점제 물량이 줄면서 무주택 기간을 버텨온 40·50세대가 주거정책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이라도 시도하지만 투기장으로 변질됐다고 평가받는 상황이라 청약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청약 신청자 정보’에 따르면 1~7월 아파트 청약자 수는 118만707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 이하는 63만6266명으로 절반 이상인 53.59%를 차지했으며 40대와 50대는 각각 32만1824명과 15만456명으로 전체의 27.11%, 12.67%를 차지했다.
40·50세대에 비해 30대 이하 청약자 수가 월등히 높은 것은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하게 특별공급 조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올해 특공 범위도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별공급이란 다자녀 가구나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공급과 청약경쟁 없이 1회에 한해 별도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청약시장 활성화를 위해 작년 3월 9억원 초과 주택의 특별공급 금지 기준을 폐지했다. 올해 3월에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분양 청년 특별공급을 신설했고 민간분양에선 신생아 특별·우선 공급을 추가했다. 공공·민간 모든 분양에서 추첨제 비중을 늘렸으며 공공분양 일반공급 중 50%를 신생아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저출생 대응에 맞춰진 주거정책에 특공 물량이 늘어난 만큼 가점제 물량은 줄었다. 그 결과 무주택기간이 15년 이상 돼 청약가점 만점을 기록해도 예비 당첨에 머무르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무주택자인 40·50세대가 정부 정책에서 소외돼 사실상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가점제를 통한 내 집 마련 문턱이 좁아지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순위 청약에 나서지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역대급 경쟁률을 보여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교통위원회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무순위 청약 신청자 수는 625만89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신청자가 112만4188명이던 점과 비교해 1년도 안 돼서 무려 5.6배 급증한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공고 후 미분양이나 미계약, 부적격 사유로 계약이 취소된 주택이 발생할 경우 해지된 물량을 다른 수요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진행하는 청약이다.
정부는 2021년 집값이 급등하자 무순위 청약 대상을 주택 공급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하지만 시장 위축과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작년 2월 지역과 주택 수 조건을 없애면서 기준을 대폭 완화한 바 있다.
그 결과 7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84㎡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 294만4780만명이 몰렸다. 동탄역 롯데캐슬 외에도 서울시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101만3456명이 신청했으며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 1가구 모집에는 24만7718명이 접수했다.
이에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무순위 청약이 사실상 투기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4050 세대 역차별 해소와 투기판으로 변질된 무순위 청약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가점제에 있어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이 불리해 특공 비중을 늘렸지만 40·50세대 역차별 논란이 있는 만큼 제도를 보완해 양립할 수 있는 수준을 찾아야 한다”며 “무순위 청약도 지역 내 거주자 같은 조건을 추가해 투기 행태를 막고 실수요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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