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곳 사업 엎어질 수 있어"..빠른 재개발 장점 신속통합기획 둘러싼 갈등과 잡음
신속통합기획 추진 사업지↑..후보지 선정돼도 좌초되는 곳 많아
“분담금 우려, 투기세력으로 진행 어려울 수도”
박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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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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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서울 용산구 신동아아파트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안이 나오면서 해당 방식의 재건축 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신속통합기획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어 주목된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조합 대신 직접 재개발 계획 초안을 만들고 심의를 빨리 진행하는 제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만들었다. 후보지로 선정되면 시의 기획설계 용역 발주 없이 자문만 거치면 돼 빠른 재개발 속도로 주목받았다.
이미 선정된 후보지들도 다양하다. 지난 2021년 1차 공모 때 용산 청파동1가 89-18 일대와 2022년 서계동 33 일대가 선정된 바 있다. 2022년 12월에 후보지로 선정된 성북구 종암동 3-10일대도 대표적인 신통기획 사업지로 꼽힌다. 이 외에도 신반포2차, 금천구 시흥4동 810일대, 신림5-1구역 등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신통기획 후보지여도 예상과 달리 사업 속도가 더디거나 철회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곳도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후보지 곳곳에서 속도에 방점을 찍다보니 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동작구 사당15구역은 동작구청이 소유주 동의도 없이 신통기획 구역을 확정했다며 주민 반발이 거센 곳 중 하나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일대도 마찬가지다.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 기준인 토지보상과 거주기간이 아닌 토지 소유에 집중하는 개발방식이 투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대문구 연희동 28번지 일대는 신통기획을 접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구로구 가리봉동 115번지, 동대문구 답십리동 471번지 일대에서도 사업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통 분담금 문제가 주민들 발목을 잡는다”며 “금리 인하 시기 지연,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단가가 오른 상황에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곳은 향후 분담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분양이 활발할 곳으로 보이는 곳들은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종상향, 용적률 완화 등 보완책이 없으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며 “신통기획 후보지여도 주민반대가 심하면 개발을 성사시키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본격적으로 재개발이 추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재개발 방식이 너무 많아 혼선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주민의 극심한 갈등만 불러일으킨다는 불만도 나온다.
마포구 모아타운 추진 대상지의 한 주민은 “현재 동네가 신통기획와 모아타운 이슈로 들썩이고 있다”며 “문제는 큰 규모의 재개발 방식인 신통기획와 소규모 개발인 모아타운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보니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개 방식 중 선호도에 따라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뉘면서 어떠한 재개발도 추진되지 못할 것 같다”며 “주민설명회를 통해 자세한 개발 방식부터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후보지 선정도 되지 않았지만 매물 호가는 오르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 신통기획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홍제동 개미마을 역시 토지 평당 가격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홍제동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보통 나이드신 다가구 주택 임대인들은 불확실한 기간 손해를 볼수 있는 임대소득과 분담금, 투기세력에 대한 반감이 기저에 깔려있다”며 “이곳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지에서 사업이 엎어질 수 있어 무턱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시는 2021년 9월부터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81곳을 선정했다. 올해까지 10~15개 구역을 추가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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