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과거 건설사의 핵심 먹거리였던 정비사업의 선별수주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경쟁 입찰이 난무했던 이전과 달리, 현재는 단독 입찰이거나 무응찰인 사업장이 많아졌다. 건설사들이 조합과 갈등 등 분쟁 리스크가 큰 사업 대신, 과거와 수익처 다변화를 꾀하면서다. 이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오랜만의 대형건설사들의 입찰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시공사 선정 입찰을 1회 이상 마감한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강동구 천호우성, 동작구 노량진1구역, 동대문구 장안현대아파트, 서초구 신반포12·16·27차, 송파구 가락미륭·가락삼환·가락삼익·잠실우성4차, 용산구 산호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까지 총 13곳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 사업장이 무응찰이거나 유찰되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자동 유찰된다. 자동 유찰이 2번 반복되면 수의계약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보통 2번 유찰 끝에 시공 참여 의사를 밝힌 곳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가락삼익은 현대건설, 가락삼환은 DL이앤씨, 신반포12차와 27차는 각각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과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한남4구역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남4구역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단지가 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많이 받는 사업지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 입찰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입찰 경쟁이 마무리된 여의도한양에 이어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여의도한양은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맞붙어, 결국 현대건설이 승기를 거머쥐면서 여의도의 첫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번 한남4구역 역시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경쟁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도시정비사업 강자인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 모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대로 선별수주를 하는 추세지만 한남4구역은 예정대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입찰 공고 전이긴하지만 내부적으로 제안서 등을 포함해 여러 방면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적극적으로 수주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여의도한양 경쟁에서 밀렸지만,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건설사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도시정비사업 수주 기준 현재 2조3321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27일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에도 단독 응찰할 예정이어서 수주총액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1구역까지 사업에 나설 경우 총 3조4248억원의 수주고를 올리게 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도 “적극적으로 수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남4구역에 대한 건설사들이 관심이 큰 이유에는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데다 인근 한남뉴타운 사업지와 마찬가지로 남산 경관 아래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조합 역시 남산 경관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입주민들이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또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를 통해 당초 2167가구보다 164가구 늘어난 2331가구 공급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이 가운데 350가구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분양 가구와 차별 없이 혼합 배치로 설계할 예정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여전히 불황이고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강남권 못지않게 이 지역이 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오랜만에 활발할 경쟁입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뉴타운은 총 5개 구역 가운데 사업구역이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면 현재 4개 구역이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 3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5구역에는 이미 2, 3구역 시공권을 따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DL이앤씨, 롯데건설, HD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