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클린스만, 한국축구 이끈다..히딩크-벤투 '역대급 업적 계보' 이을까

김병욱 기자 승인 2023.02.28 01:3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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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베를린을 이끌던 2020년 1월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 [자료=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병욱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의 후임으로 27일 결정된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은 선수 시절 '전차 군단' 독일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한 '레전드'다.

독일 국가대표로 108경기에 출전해 47골을 터뜨렸고, 특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3골을 넣으며 당시 서독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1994 미국, 1998 프랑스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섰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으며 독일의 3-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1996년 독일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1996)에서 정상에 오를 때도 주전으로 활약하는 등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클럽 생활은 바이에른 뮌헨, 슈투트가르트(이상 독일), 토트넘(잉글랜드), 인터 밀란, 삼프도리아(이상 이탈리아), AS 모나코 등 유럽 유수 리그의 명문 팀에서 이어가며 통산 620경기에서 284골을 남겼다.

2003년 미국 아마추어팀인 오렌지 카운티 블루 스타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이듬해 고국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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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 월드컵 당시 클린스만 감독 [자료=EPA, 연합뉴스]

감독 데뷔팀인 독일 대표팀이 현재까진 그의 지도자 생활에서 가장 빛난 성과를 남긴 곳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독일은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우승까진 이루지 못했으나 상위권 성적을 거둔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고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 클린스만 감독은 2008년 친정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맡아 감독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처음 지휘한 프로팀에서 그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경질됐다.

당시 뮌헨이 분데스리가 3위에 머물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에 대패하며 8강 탈락하는 등 부진을 겪으며 클린스만 감독은 초라하게 떠나야 했다.

이후 2년여의 공백기를 보낸 클린스만 감독은 2011년 7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미국에서 그는 2013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우승을 지휘했고,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16강에 진출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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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클린스만 감독 모습. [자료=연합뉴스]

하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연패를 당해 또 한 번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이후 2019년 11월 부임한 독일 헤르타 베를린은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선 '흑역사' 같은 곳이다.

당시 강등권 팀을 구할 소방수로 낙점됐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두 달을 버티지 못했고 10경기 만에 팀을 떠나면서 클럽 감독으로는 연이어 실패를 맛봤다.

그간의 커리어로 봤을 때 역대 한국 대표팀 감독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볼 수 있지만, 지도자 생활에선 굴곡이 이어지며 감독으로서 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독일 국가대표 스타 플레이어 출신 필리프 람은 자서전에 클린스만 감독의 뮌헨 사령탑 시절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 아래 우린 체력 훈련만 했다. 전술적인 지도는 거의 없었다"고 밝히는 등 전술적 역량에 물음표가 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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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기술연구그룹(TSG)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는 클린스만 감독. [자료=EPA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술연구그룹(TSG)으로 활동하는 등 세계 축구와의 접점을 이어왔으나 현장 지도자로는 헤르타 베를린을 떠난 이후 3년 만에, 대표팀에는 미국 시절 이후 6년여 만에 돌아오는 터라 현장 감각도 아직은 미지수다.

여기에 축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된 만큼 문화 적응 등도 그에겐 과제로 떠올랐다.

축구 팬과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한 나라에 한 명밖에 없는 자리지만, 그만큼 큰 부담감과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대표팀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특히 한국 축구 대표팀엔 1994년 아나톨리 비쇼베츠(러시아) 감독을 시작으로 적지 않은 외국인 사령탑이 거쳐 갔으나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나 벤투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끝이 좋지 않았다.

벤투 직전 외국인 사령탑인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을 비롯해 성공을 거두고 웃으면서 떠난 적이 거의 없었던 한국 대표팀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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