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객돈 소중히 지켜주는 은행이 필요하다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5.13 10:17 | 최종 수정 2022.05.13 10:16 의견 0
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객의 돈을 잘 지키고 잘 불려주는 게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지난 2017년 물러난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재임 시절 이렇게 즐겨 말했다고 한다. 한 전 회장은 이를 ‘따뜻한 금융’이라는 말로도 표현했다. 금융의 본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요즘 금융권의 풍경은 따뜻한 금융과는 영 거리가 먼 것 같다.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에서 거액의 횡령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던 차장급 직원 A씨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은행 돈 614억원을 빼돌렸다. 은행은 4년이 지난 올해가 돼서야 횡령 사실을 인지해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은행 직원이 고객 돈을 잘 지키기는커녕 몰래 빼돌렸다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특히 우리나라 굴지의 은행에서 600억원대 거액의 횡령 사고가 터졌다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사건의 전말이 제법 드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부분이 많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금융당국도 감사를 벼르고 있다. 614억원이나 되는 돈도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은행 횡령 사고를 이래저래 진단하는 것 조금 성급해 보인다. 치밀한 사기범죄인지 내부통제부실에 따른 금융사고인지 썩을대로 썩어버린 부정부패의 결과인지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있다. 은행의 횡령 사고가 금융의 본질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거다.

금융이란 이자를 받고 자금을 융통하는 일이다. 특히 은행은 고객이 저축한 돈을 모아 필요한 회사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은 저축을 통해 이자를 받고 대출자는 은행에 이자를 지급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마진이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신뢰다. 우리가 은행에 기꺼이 돈을 맡기는 것, 은행이 우리에게 기꺼이 돈을 빌려주는 것은 신뢰가 바탕이 돼서다. 예금과 대출을 뜻하는 수신·여신이라는 단어에 ‘믿을 신(信)’이 쓰인 까닭이다. 은행의 횡령사고는 이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비단 우리은행 만의 문제일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건만 16건으로 피해액은 67억6000만원에 이른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3건(35억9000만원), NH농협은행 2건(25억7000억원), 우리은행 2건(4억원), KB국민은행 3건(2000만원), 신한은행 2건(8000만원) 등이 있었다. 이래서야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이번 횡령 사고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우리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고 키워줘야 하는 은행원”이라면서 “고객의 신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썼다. 은행도 고객돈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종종 은행원이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고객돈을 지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적게는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지킨 은행원이 표창장을 받는 일도 있다. 오늘자 뉴스에서도 우리은행 직원이 고객돈 3300만원을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지켰다며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렸을 소식이지만 오늘은 눈길이 오래 갔다.

고객돈을 지키려는 은행 직원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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