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600억 횡령사건..우리은행, 금융사고 피해로 곤혹

횡령 규모·10년 간 은폐..“매우 이례적 사고”
계약금 614억 빼돌렸는데 10년간 ‘깜깜’
우리은행, 5년간 금융사고 22건·사고액 422억
DLF·사모펀드 사태 겪고도 눈먼 내부통제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4.29 10:51 | 최종 수정 2022.04.29 13:44 의견 0
지난 28일 우리은행은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자사 직원이 횡령한 금액은 총 614억5214만원이라고 밝혔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잠정 614억5214만원.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 1명이 지난 10년간 회사 몰래 빼돌린 횡령금 액수다.

은행권에서 유례없던 대형 횡령사고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은 도마에 올랐다. 이번 횡령건을 제외하고도 지난 5년간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금융사고 피해를 낸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부실 1위의 불명예 이어가게 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자사 직원이 횡령한 금액은 총 614억5214만원이라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1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재직한 차장급으로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 10월, 2015년 9월, 2018년 6월 세 차례에 걸쳐 돈을 인출해갔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578억원)이다. 2010~2011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했던 우리은행은 계약이 불발되자 이를 도맡아 관리해왔다.

그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묶여 대금 지급이 미뤄지는 동안 이 돈이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면서 범행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특별 허가서를 받아 이란으로의 송금길이 열리고 나서 우리은행이 송금을 위해 계좌를 확인했다가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치금 반환 준비 과정에서 해당 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횡령을 인지한 우리은행은 횡령 직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이 직원은 같은 날 저녁 자수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횡령 사건 관련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며 자체적인 조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며 “고발조치와 더불어 발견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손실금액을 최소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횡령 사고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횡령 규모도 은행 금융 사고로서는 매우 큰데다가 지난 10년간 발각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은 “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횡령 금액이) 적지 않은 금액이며 은행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는 ▲사기 8건(6억8만원) ▲배임 3건(41억9000만원) ▲횡령유용 16건(67억6000만원) 등으로 총 사고금액은 116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은행별 횡령 사고만 살펴보면 하나은행 3건(35억9000만원), NH농협은행 2건(25억7000억원), 우리은행 2건(4억원), 국민은행 3건(2000만원), 신한은행 2건(8000만원) 등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던 하나은행의 횡령 사건만 하더라도 사고액은 31억원 수준이었고 사고 발생 약 3년 만에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NH농협은행의 25억 횡령 사건도 2년 만에 내부감사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횡령사건은 단일 건으로 사고액 규모도 크고 10년간 전혀 몰랐다가 내부감사도 아닌 업무 과정에서 범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본점 직원이 600억원을 빼돌렸는데 어떻게 10년 간 감출 수 있엇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 20개 은행에서 17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사고금액이 총 154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우리은행에 발생한 금융사고는 모두 22건으로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사고금액은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422억원을 기록했는데 나머지 주요 4대 은행의 사고금액이 국민은행 77억원, 신한은행 104억원, 하나은행 14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이번 횡령건의 사고액까지 더해지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은행 1위의 불명예는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내부통제를 강화해 왔는데 또 이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내부적으로도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