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의 보험금 활용 방안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5개 생보사에서 판매 중이다. 다음 달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도 선보인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보험금 활용법으로 종신보험 경쟁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상품 활성화를 위해 적용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본사 전경 (사진=각사)

1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보험금청구권신탁 판매를 시작했다. 이로써 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에서는 빅3(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와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이 경쟁하게 됐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선 가입 건수가 많은 질병·상해보험금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란 보험계약자가 사망한 뒤 지급되는 보험금을 신탁업자가 관리하고 생전에 정해둔 방식에 따라 수익자에게 전달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11월 판매 허용돼 3000만원 이상의 일반 보장 보험금에 한해 가입 가능하다.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한정됐다. 또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하고 수익자를 신탁업자로 변경해야 한다.

작년 기준 보험금청구권신탁 가입이 가능한 사망보험금은 약 900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생보업계에서는 주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생명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6월 말 삼성생명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 수는 780건으로 금액은 2570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말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이 출시된다. 이는 종신보험의 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가 출시를 준비 중이며 첫 상품은 ‘연 지급형’으로 출시된다. 당국과 업계는 추후 요양과 간병,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도 선보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통해 제3보험에 밀렸던 종신보험의 경쟁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보험금을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다방면으로 확대돼서다. 그간 종신보험은 수요 감소 문제를 겪어왔다.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살아있는 동안 받을 수 있는 보장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종신보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러한 상황 속 보험금 활용 수단 추가는 종신보험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품 활성화를 위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출시 1년을 앞둔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과 판매 자격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광운 군산대학교 교수는 “신탁이 가능한 보험을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하고 최소 금액도 3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보험금 관리와 유족의 생활 보호라는 신탁 설정의 목적에 맞지 않은 경직된 규제에 해당한다”며 “가입 건수가 많은 질병·상해보험금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각 회사가 약관을 통해 최소 금액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회사의 경우 신탁 판매를 설계사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보험금청구권신탁상품 권유자격 규제를 완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