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미국 내 한국인 대량 구금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지 진출 주요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한화오션, LS전선 등은 사전 대응책으로 운영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한화오션)
미국의 불법 체류 단속이 강화되면서 반도체·조선 등 대미 투자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신설·증설 중인 공장은 20여 곳이다. 투자 규모는 1500억달러(약 209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한화요션, LS전선 등 주요 기업들은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12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5월부터 ESTA 비자로 2주 이상 출장을 금지하고 정식 비자를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70명 주재원이 정식 비자로 문제없이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LS전선도 "2028년 양산 목표라 시간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구금 사태는 단기 출장용 ESTA(전자여행허가) 비자로 장기 체류한 한국인들을 겨냥했다.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공장 건설과 기술 지원을 위해 ESTA 비자를 빈번히 활용해온 만큼 업계의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는 이번 구금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5월 말 ESTA 비자로 2주 이상 출장을 금지하고 정식 비자 발급을 의무화하는 사내 공지를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운영하고 있다. 오스틴 공장은 미국 현지 인력이 대거 투입돼 운영되고 있어 한국 인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테일러 공장도 2026년 가동 예정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난 7월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22조8000억원 규모 파운드리는 차세대 차량용 칩 'AI6'을 텍사스 공장에서 2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년 말부터 시작되는 테슬라향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MASGA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한화오션도 느긋하다.
환화오션 측은 "현재 약 70명의 주재원이 정식 비자로 미국에서 문제없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조선소를 새로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선소 인력을 활용하는 구조여서 대규모 인력 이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약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미 경제안보 협력 상징인 1500억달러 규모 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2035년까지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1∼1.5척에서 20척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마스가로 고조된 한미 조선 협력 분위기가 경색되지 않도록 현지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덧붙였다.
버지니아주에서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인 LS전선은 시간이 많다.
LS전선 측은 "4월 말 착공식 후 5월부터 부지 조성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기술자가 현장에 가야 할 상황이 아니고 기반 작업만 하고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LS그린링크가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약 1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사업이다. 2027년 3분기 완공 후 2028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의미가 크다. 201m 높이의 VCV(수직 연속 압출) 타워와 전용 항만을 갖춘 첨단 기지다. HVDC(고압직류)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운송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 인프라가 갖춰진다.
LS전선 측은 "2028년 양산 목표라 시간이 충분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계획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한 주요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들이 현지에서 직접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 리스크 관리는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