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뱅크가 태국 가상은행 시장 진출을 위한 3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태국 진출은 한국형 인터넷은행의 우수한 비대면 금융 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해외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국 재무부가 오는 19일 가상은행(Virtual Bank) 사업자로 선정된 컨소시엄 목록을 공식 발표한다. 태국 중앙은행(BOT)은 지난해 9월 가상은행 사업자 입찰을 마감했으며 컨소시엄 5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중 3곳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2일 방콕 퀸시리킷 컨벤션 센터(Queen Sirikit Convention Center)에서 진행된 '머니 2020 아시아(Money 20/20 Asia)'에 참석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태국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동일한 개념으로 오프라인 점포 없이 디지털 채널만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인가 심사의 핵심 기준은 금융포용성으로, 금융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SCBx 컨소시엄이 최종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의 지주회사다. 태국 왕실이 23%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현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태국 현지 언론은 태국 중앙은행이 가상은행 사업자로 SCBx를 포함해 크룽타이은행(Krungthai), 어센드 머니(Ascend Money) 등 컨소시엄 3곳을 선정했고 태국 재무부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6월 SCBx와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3월에는 중국 텐센트 산하 인터넷은행인 위뱅크(WeBank)가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한국·중국·태국의 3자 협력체계가 완성됐다.

SCBx 컨소시엄이 인가를 획득할 경우 카카오뱅크는 설립될 가상은행 컨소시엄에서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 지위를 갖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며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용자 중심의 UI(사용자 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와 디지털 혁신 역량을 태국 시장에 이식할 계획이다.

복잡한 절차 없이 모바일 앱에서 계좌 개설, 송금, 대출, 자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금융 소외 계층 모두를 아우르는 접근성이 강조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태국 현지의 금융 니즈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기획하고 금융 불편(페인 포인트)을 해결할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개발자가 태국 현지 앱을 직접 개발하며 AI 챗봇, 맞춤형 금융 추천, 간편 송금 등 국내에서 검증된 리테일 금융 서비스가 태국 시장에 적용될 계획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컨퍼런스 ‘머니 20/20 아시아’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향후 디지털 금융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AI에 최적화된 UI·UX와 데이터를 갖추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강조하며 카카오뱅크의 AI 기반 혁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태국 가상은행 진출은 단순히 해외 사업 확장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우선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이 태국 시장에 재진입하는 첫 사례로, 한국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의 글로벌 확장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태국은 2015년 이후 외국계 상업은행 진출이 없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았던 시장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10% 지분투자를 단행해 동남아 시장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2023년 9월 투자한 슈퍼뱅크는 공식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32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에서 8억1900만원의 지분법이익을 기록했다.

태국 시장도 인도네시아와 유사하게 안정된 금융 인프라와 90% 이상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어 인터넷은행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윤 대표는 컨소시엄 구성 당시 “카카오뱅크의 태국 디지털뱅킹 설립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디지털금융 기술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국 재무부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 중 공식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