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규형 "새롭게 만든 '시라노' 어렵지 않고 즐거워요"

이지은 기자 승인 2019.07.17 21:30 | 최종 수정 2021.08.02 08:56 의견 0
뮤지컬 '시라노'의 배우 이규형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자료=CJ ENM)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웃길 땐 굉장히 웃기고 슬플 땐 슬픈 '희비극'이라는 점. 시라노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규형이 내린 '시라노'의 정의는 "무게감 있지만 즐거운 작품"이었다. 객석에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그는 "관객이 유쾌하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작품은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크고 볼품없는 코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시라노를 그린다. 그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 나서지 못한다. 반면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크리스티앙은 록산의 마음을 뒤흔든다.

극중 이규형은 시라노 역을 맡아 연습하고 있다. 재연작이지만 초연과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있어 쉽지 만은 않은 작업이다. 그는 "새로운 장면과 넘버들이 추가되고 빠지는 장면도 있다. 새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많은 것을 새롭게 준비 중이니 관객도 더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들에 변화가 있었을까. 이규형은 "전쟁 장면이 새롭게 생겼는데 시라노의 듀엣곡이 추가됐다. 안무, 무술, 연출, 음악팀 그리고 배우들까지 다 모여서 합을 잘 맞춰 연습하고 있다. 지금도 내내 그 작업을 하다 나왔다. 창작 초연처럼 없든 작품에 없든 노래에 없던 음악 무술이 다 들어가다 보니까 새롭고 재밌다. 이번에 무대도 완전히 바뀐다. 화려한 영상과 회전 무대가 2개나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규형(자료=CJ ENM)

"초연에 좋았던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해요. 부족한 점을 채워 넣으려는 거지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건 아니에요. 아주 재미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공연이 많은 부분에서 바뀔 거라는 건 처음 대본을 받을 때부터 알았다. 처음 작가를 만났을 때 "대본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그는 "오히려 지금 받은 대본을 외우면 나중에 헷갈릴 수 있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는 모든 배우가 의견을 모은다. 배우들의 합의를 통해 새로운 시라노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라노 역만 보자면 (조)형균이 아니면 제가 초벌구이를 한다. 새 장면에 들어갈 때 "제가 초벌을 굽겠습니다"고 시작하고 여러 시도를 하는 거다. 그러면 (류)정한 형님이 오케이를 하거나 (최)재웅 형이 또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정한 형님이 또다른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시라노' 역할 자체가 괴짜 기질이기도 해서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규형의 시라노는 어떤 그림일까. 극 중 시라노는 허세다운 면이 있지만 감정 표현도 섬세하고 웃긴 다양한 면에서 쉽지 않은 역할이다.

이규형은 "이 인물이 왜 이런 캐릭터로 성장하게 됐는지에 대한 시작점을 가장 먼저 찾았다"고 한다. 큰 코 때문에 어릴 때부터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살아온 인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뛰어난 검객이자 시인이 되지만 처음 마주친 것들에 외적인 것들에 대한 반응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규형이 생각하는 시라노다. 그는 "시라노에게 모든 인생은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배우 이규형(자료=에이스팩토리)

시라노와의 공통점에 대해 묻자 그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저도 약간은 원칙대로 살려고 한다"고 답했다. 물론 시라노보다 여유는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는 시라노처럼 미사여구를 말하지도 못하는 성격이고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위선적으로 살지 않고 항상 당당하게 맞서는 점을 닮고 싶더라고요. 시라노는 멋있어요. 쉽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는 점이 많을 텐데도 시라노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는 거 같아요."

이규형이 표현하는 시라노는 콤플렉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행동과 말의 시작은 콤플렉스가 아닐까 싶다는 것. 그는 "시라노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름다운 말을 하는 로맨틱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행동의 근본은 콤플렉스인 거 같다. 사실 모든 게 완벽하고 잘난 사람이면 그런 아름다운 말이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공연을 보러 올 예비 관객들에게 이규형은 또 한 번 짦은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초연을 보신 분들에게는 새로운 점과 이전의 차이점을 찾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 보는 관객도 재미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요. 작가님이 애초에 글 자체를 유러머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려운 작품이 아니거든요. 시적인 운율이나 라임 살린 대사와 가사들까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웃음)"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8월 10일부터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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