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현대건설과 DL이앤씨, GS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이달 중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선 수소와 통신판매 중개업 등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결이 이뤄질 계획이며 사내이사 선임을 통한 대응력 강화 조치도 진행될 전망이다.

(왼쪽부터)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의 본사 전경 (자료=각사)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곳은 삼성물산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정기주총은 오는 14일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1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다.

삼성물산에 이어 주총에 나서는 곳은 현대건설과 신세계건설로 20일 개최 예정이다. 이달 하순에 들어선 DL이앤씨와 GS건설이 각각 24일과 25일에 주총을 계획 중이며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6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1위인 삼성물산은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수소 사업을 신사업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해 미영위 사업인 수의업을 사업 목적에서 삭제하고 수소 발전과 관련 부대사업을 새롭게 추가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신판매 중개업도 신사업으로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이 수소 발전을 신사업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으로 떠오르는 수소 시장을 선점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앞서 삼성물산은 2024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까지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내세웠다. 지난해에는 한국남부발전과 수소화합물 인프라 건설 공사 계약도 체결했다.

시공능력 2위인 현대건설 역시 20일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을 의결해 수소에너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방침이다.

이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비하고 수소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등과 관련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공개한 후 그룹 비전에 발맞춰 수소 사업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미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 내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기도 하다.

GS건설은 신사업으로 통신판매중개업과 통신판매업을 정관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자사의 영업이익 중 15%를 차지하는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차기 수익원으로 모듈러 주택 부문을 성장시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의 각 부분을 미리 생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시공하는 주택이다. 공장에서 생산돼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아 기간을 준수하기 편하며 원가 절감에 더해 탄소나 폐자재 배출까지 감소 가능해 건설업계의 신규 먹거리로 떠오른 분야다. 성장 기대치가 높은 모듈러 주택의 경우 표준화된 상품이라 온라인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GS건설이 통신판매업을 정관에 추가하려는 것 역시 모듈러 주택 유통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주요 건설사들이 신사업을 추가하는 것은 사업영역 다각화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1월 말 기준 7만2624가구로 전월 대비 3.5% 증가했으며 장기 불황으로 인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10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흐름을 보였다.

신사업 확장 외 사내이사를 선임해 위기에 대응하려는 건설사도 있다. DL이앤씨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김생규 최고 경영책임자(CFO)와 이정은 최고 디자인책임자(CDO)의 사내이사 선임을 결의할 예정이다.

김 CFO는 과거 판토스와 LF푸드 등에서도 CFO 자리를 역임한 재무전문가로 지난해부터 DL이앤씨와 함께하고 있다. 건설업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김 CFO의 사내이사로 선임은 안정적인 현금 운용과 재무건전성 관리 활동에 힘을 실으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아크로’ 브랜드를 리뉴얼한 이 CDO는 D-이노베이션 센터의 실장직도 역임 중이다. 브랜드 리뉴얼과 차별화의 주역이던 이 CDO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DL이앤씨는 주택 시장 경쟁력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사가 이번 주주 총회 안건을 위기 극복과 관련된 측면으로 방점을 둔 것 같다”며 “특히 일부 사업의 부진에도 영향이 크지 않도록 분야를 확장하고 신규 먹거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신사업을 추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