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AI가 바꾸는 게임개발 환경..개발력보단 ‘아이디어’
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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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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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업계 불황과 신기술의 발전이 게임개발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구조조정 등 고강도 비용통제에 따른 인력 공백을 AI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른바 개발력의 시대가 저물고, 아이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감원 카드를 꺼내며 인건비 통제에 나서고 있다. 먼저 넷마블과 데브시스터즈, 컴투스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엔씨소프트도 4000명대 중반 수준을 목표로 권고사직 및 비개발 조직 분사 등을 공식화했다. 상상인증권은 게임사 인건비 총합이 지난해 4분기 7739억원에서 올해 1분기 7708억원으로 줄며 상승이 억제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인적 자원 공백을 메꾸기 위한 요소로 AI가 거론된다. 관련해 시장에서는 최근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 시프트업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타 게임사 대비 라이트한 인력 구조를 취하면서도 2종의 기대작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AI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은 “‘승리의 여신: 니케’ 및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에 소요된 전사 인원은 3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AI 등의 기술을 활용하며 라이브 서비스의 비용·시간 절감 효과가 타사 대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유저들의 거부감을 감안해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생성 AI가 게임 개발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톰스하드웨어 등 외신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발된 게임이 스팀에서 1000개 이상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상상인증권 최승호 연구원은 “문제는 유저들의 막대한 불호감이지만, AI 기술이 더 고도화되고 삶에 밀착되면 리터칭 및 효율화 수준의 사용은 여론이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기술속도를 감안하면 인력을 줄이는 것이 게임사 개발력 감소 추이로 나아간다고 보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게임개발의 패러다임이 개발력에서 아이디어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적 자원을 온전히 보존하기 어려운 데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이용자들의 피로감 등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는 어렵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주얼한 게임성과 마케팅으로 무장한 중국 게임들이 국내 매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도 ‘MMORPG를 만들어 1등을 한다’는 기존의 관념이 무너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개발력만 중요시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으며, 아이디어와 마케팅의 차이에 주목하며 산업 구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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