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도 갸우뚱하는 표준임대차계약서..“전세사고 방지책? 기본부터 해야죠”

현장에선 “표준임대차계약서와 확인설명서 책임소재 다를 수 있어 문제” 지적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14 08:21 의견 0
(자료제공=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표준임대차계약서요? 서명란부터 제대로 바꿔야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면 전세사고는 계속 터질 겁니다.”

14일 서울 용산구에서 일하는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 A씨는 부동산 표준임대차계약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표준임대차계약서 상 대표공인중개사 날인란이 있는데 소속공인중개사 날인란이 공식적으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게 왜 문제일까.

지난해 민간임대사업자특별법이 신설되면서 민간임대사업자는 임대차 계약서 작성 시 필수적으로 법정서식에 맞춘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표준임대차계약서는 부동산 계약 시 임대인의 미납 세금 여부, 확정일자 부여현황 등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를 위한 정보가 제공된다.

이와 같은 서식을 통해 사전에 임대차 계약 분쟁을 최소화하고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이 목적에 따라 임차인과 임대인 간 임대차계약서가 빠짐없이 작성됐다 하더라도 부동산 계약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바로 해당 주택에 입주하기 전 전세금 대출을 실행하고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서류를 넣었을 때다. 문제없이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했지만 계약서 상 내용 불충분으로 승인 심사가 거부당한 임차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하기로 계약한 한 30대 남성은 “HUG로부터 중개사 계약서와 확인설명서 상 날인이 달라 보완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해당 공인중개사에게 전했지만 서류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확인설명서는 해당 매물을 직접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매물 관련 세부사항을 확인하고 설명해 줘야 하는 개념의 서류다. 확인설명서 작성은 법적의무 사항이다.

임대차계약서와 함께 작성되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간 서명 날인 주체가 다르지만 국토교통부 서식 상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대표 공인중개사의 날인만이 가능하다. 확인설명서는 중개매물을 직접 중개한 소속 공인중개사의 날인도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확인설명서는 반드시 중개매물을 직접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날인이 들어가게 돼있다. 소속 공인중개사는 대표 공인중개사가 고용한 중개사를 의미한다.

. (자료=연합뉴스)

이를 종합하면, 소속 공인중개사가 중개를 했더라도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대표 공인중개사 날인이 들어간다. 이는 중개사 중개 책임의 원칙에도 비켜나간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최근 전세사고의 중심에는 책임 없는 소수 공인중개사와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존재한다”며 “표준임대차계약서에 공식적으로 대표 날인만 들어갈 수 있다면 일부 부정 목적을 가진 공인중개사가 부실 중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를 악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지난해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사고를 막기 위해 ‘중개보조원 알리미’, ‘임대차보증금 의무 예치’, ‘안심전세앱’ 등 제도를 고려하거나 이미 도입했다. 중개사 책임 소재와 임대인들의 의무를 강화하고 세입자들의 알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은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했다. 악성 임대인에 해당하면 올해 말부터는 이들의 이름과 주소, 채무액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조회할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효성 문제와 별개로 정부가 전세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거나 재고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장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고 기본적으로 표준임대차계약 서식부터 맹점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다가구주택 전월세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표준임대차거래 서식의 맹점으로 HUG 역시 일부 전월세 거래에 대한 보증심사를 거부하는데, 이는 세입자들의 보증금 대출심사와 입주 지연 등과 연관이 깊어 또 다른 불안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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