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페널티'는 옛말..정부, 청약제도 대폭 손질에 커진 기대감

부부 각각 청약 가능해져
공공주택 특별공급 , 부부 합산 소득 기준 '1억6000만원'까지 상향
청약통장도 20개월 만 증가세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26 09:52 의견 0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왜 우스갯소리로 '결혼 페널티'라는 말 있잖아요. 결혼하면 내 집 마련하기 더 힘들어진다고. 근데 이제는 혼인신고 이제 해도 될 것 같아요. 아직은 불안하긴 한데 미뤘던 아이를 이제 가져도 될 거 같기도 해요. "

경기도에 거주 중인 A씨 부부는 2년 전 결혼식은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아직까지 생략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를 갖는 것도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해 잠시 미뤄뒀다. 현재 무주택자인 이 부부는 청약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법적 부부가 되는 것을 잠시 보류한 것이다.

최근까지 A씨와 같은 사례를 주위에서 종종 찾을 수 있었지만 정부가 청약제도를 손질하면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부부들의 혼인신고 건수가 이전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는 지난해 3월과 8월 발표했던 '저출산 극볼을 위한 청약 제도 개편 방안'의 후속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작업의 일환이다.

주택 청약시 결혼 페널티를 없애고 출산 가구에는 더 많은 가산점이 주어지는 것을 큰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일전에는 부부가 중복으로 같은 아파트에 동시 청약을 넣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현행제도에서는 배우자가 혼인 신고 전 청약 당첨과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다면 생애최초 특공에서 청약 신청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제도가 개편되면서 배우자의 주택 유무 이력과 상관없이 청약 대상자 본인이 무주택자라면 주택청약을 넣을 수 있게 됐다.

또 공공주택 특별공급 중 부부 신청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맞벌이 부부 합산 연소득이 약 1억2000만원이었지만 앞으로는 합산 연소득이 1억6000만원까지 청약 신청이 가능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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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가입기간도 개편됐다. 민영주택 가점제에서는 통상적으로 본인의 통장 기간만 인정됐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우자 통장 기간의 50%(최대 3점)까지 합산이 가능해져 부부인 경우 이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출산가구는 특별공급 기회와 함께 완화된 소득과 자산요건을 적용받는다.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2년 이내 출생한 자녀(임신, 입양 포함)가 있는가구는 신생아 특공(우선공급)으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공공분양인 뉴홈과 공공임대는 각 연 3만 가구, 민간분양은 연 1만가구가 해당된다.

이 외에도 민영주택과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에서 3자녀 이상 가구만 신청가능하던 것이 2자녀 가구도 청약신청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아울러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2년 이내 출생한 자녀(임신, 입양 포함)가 있는 가구는 신생아 특별공급(우선공급)으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공공주택 청약 시 자녀(2023년 3월 28일 이후 출생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최대 20%포인트 가산된 소득과 자산요건을 적용받게 된다.

이와 같은 제도 개편으로 신혼부부와 출산가구의 분양이 이전보다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혼부부 입장에서 싱글세대보다 당첨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됐다"며 "인기지역에선 청약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윈 연구위원은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조건을 정부가 내세운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출산 극복이라는 명확한 정책목표에 수반되는 가시적인 지원사항"이라며 "혼인과 출산 관련해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 의지가 돋보이고 현 상황에 비춰보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청약제도 개편에는 어느 쪽이 상대적으로 더 사회적 약자인가라는 기존의 평가항목에 추후 국가적으로 더 유익한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기준이 추가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에게만 유리하게 청약제도가 개편됐다는 점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제도 개편 효과는 시일을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고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가격 상승 기대감과 구매욕구가 생겨야 그 다음 청약 전략을 고민할 수 있다"며 "시장분위기가 개선되면 개편 내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연합뉴스)

■ '청약통장 무용론도 옛말?' 20개월 만 가입 증가세

이 가운데 낮은 금리와 고분양가 등 이유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꾸준히 감소세였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것도 눈에 띈다. 최근 정부 청약제도 개편과 신규 상품 출시 등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는 2556만3099명으로 전월 2556만1376명과 비교해 1723명 증가했다.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2022년 6월 2703만1911명에서 같은해 7월 2701만9253명으로 감소한 이후 20개월 만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지난 1월 597만4299명에서 지난달 597만9505명으로 5206명 증가했다. 이어 ▲인천·경기 711명 증가(841만2063명→841만2774명) ▲기타지역 1624명 증가(625만5422명→625만7046명)했다. 다만 5대 광역시는 가입자 수가 491만9592명에서 491만3774명으로 5818명 줄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만 19~34세 무주택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출시했다. 올해 말해는 이와 연계된 저리의 대출상품인 '청년주택드림 대출' 출시도 계획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분양대금의 최대 80%를 2%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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