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성폭력 파문' 포스코, 사라진 최정우 회장의 리더십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7.08 15:25 의견 2
이정화 산업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국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성폭력 논란은 대기업 마저 피해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보다 '일단 조용히 넘어가고 보자'는 식의 '후진국 문화'가 굴지의 대기업 회장에게도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더 개탄스럽다,

포스코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중 하나다. 하지만 직원의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진두지휘해 사태를 수습해야 할 '수장'이 보이지 않으니 전혀 '대표 기업'답지 않다. 최정우 회장이 직접 나서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늑장 조치를 해명해야 한다는 외침은 한 달이나 지난 8일 현재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진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성폭력 사태'의 피해자와 관련 직원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었다. 포스코의 징계 조치는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불거진 지 보름 만이다.

징계를 받은 임원은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과 생산기술본부장, 사건이 발생한 포항제철소 소장 및 부소장 등이다. 김 부회장의 징계는 '경고' 처분에 그쳤다. 나머지 5명은 감봉과 보직해임 등 처분을 받았다.

통상 해고나 정직 등은 중징계로 통하고 감봉·경고·주의 등은 경징계로 나뉜다. 포스코가 이들 임원을 중징계했다고 발표했지만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한 이유다.

앞서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에 일하는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7일 경찰에 고소했다. 또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혐의로 직원 2명, 성희롱한 혐의로 직원 1명을 고소했다.

B씨는 지난달 말께 A씨 집에 들어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직원 3명은 회식 때 A씨를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이미지는 사태 이후에도 끊임없이 실추되고 있다.

우선 회사 측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이후에도 10여일동안 같은 건물에 있는 A씨와 B씨 사택을 분리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2차 가해 논란도 빚어졌다. 포항제철소 부소장이 성폭력 사건으로 분리돼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피해자에게 복귀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집까지 찾아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국민과 직원들의 공분이 커지자 포스코도 움직였다. 다만 모든 응답은 최 회장이 아닌 김 부회장에게서 나왔다.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출입기자들에게 김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냈다. 이후 직원들을 향한 사과문에서도 최 회장은 없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최정우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시여성회와 포스코 성폭력 근절대책위원회도 "최근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관해 최정우 회장이 직접 나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하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을 둘러싼 시민과 언론의 지적은 날로 높아진다. 직원들이 믿고 다녀야 할 기업에서 수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통에 회사의 이미지마저 우려의 대상이 된다.

이미 포털 사이트에서는 '포스코'만 입력해도 '성폭행' 꼬리표가 뒤따른다. 떼려야 뗄 수 없고 당장 떼서도 안되는 상황이 됐다. 어쨌거나 포스코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대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고 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수습할 길은 묘연해 보인다.

현대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에게 침묵은 독이다. 사건의 피해자와 기업을 감시하는 국민들이 명백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소리 내어 조치하는 기업 문화'는 언제쯤 정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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